목요칼럼 세풍-대북정책 '백일몽'깨어나야

입력 1995-08-24 08:00:00

웃어주다가 뺨맞는다더니 그보다 더한 일도 있다.미친개인 줄이야 진작 알았지만 그래도 굶주림에 떨고 있는 꼴이 안쓰러워밥한덩이를 갖다주다 손목을 물렸다면 이보다 더한 낭패감과 배신감이 또 어디 있겠는가.

**깊이 패는 낭패감**

그러나 그것도 약과다. 그래도허허거리며 손목을 물린 것은 내가 미친개를 너무 불안케 한 탓이 크다고 개앞에 넙죽 엎드려 절하며 잘못했다고 빈다면 미친것은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한 무리를 대표한다면 그 무리 전체가 '미친놈들'이란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쌀 교역은 우리가 기근에 처해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식의주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쌀은 축산에도 쓸 수 있고 경공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많이 있을수록 좋다. 그래서 '일본이 사죄의 뜻으로 쌀을 보내겠다는데 못 받을 것 없다'한 것이다. 그런데 마치 '서해 망둥이 뛰니까 빗자루도 뛴다'는 식으로 남측이 자기들도 보내겠다고 나왔다. 그렇게까지 한것까진 좋았는데 일본이 먼저 보내서는 안된다는등 또 이런저런 이유와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당시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쌀문제를 남측당국이활용하려고 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최근 북-일간 말썽이 되고 있는 '김용순 쌀 발언'의 일부다. 김은 지난 7월10일 평양에서 재미목사 정기열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궤변을 늘어놓았다.

'말'지 8월호에 실린 이 내용은 단편적이지만 국내신문에도 '상투적인 망발'쯤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엄밀히 분석해 보면 김의 발언은 단순한 궤변도 아니고 망발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쌀문제를 남측당국이 활용하려고 했던 것을 몰랐던것은 아니다"고 한 것만 봐도 이미 협상시한에 쫓기는 우리쪽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여유작작-시간끌기를 즐겼음을 알수 있다.

물론 그러한 남북관계의 '불순한 동기'는 끝내 현정권의 자충수가 되어 지방선거 참패의 한 원인이 됐고 지금도 정부당국자 면상을 계속 할퀴고 있다.**정부 '자충수' 되풀이**

시 아펙스호 인공기사건은 또 단순실수라는 사과까지 받았으니 논외로 치자.

애당초 쌀회담과는 관계없이 곧 송환될 것 같던 우성호선원이 쌀회담때문에 더 늦어지고있는 인상이다. 안목사 납북사건은 중국 입지를 미리 좁힐필요가 있느니 없느니 하고 횡설수설만 하더니 예상대로 흐지부지 되고있다.국가존재 이유의 기본이 되는 자국민 생명과 안전, 재산보호조차 완전히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똑소리가 나게 분명히 한 것은 삼선 비너스호 사건과 관련한 대북사과문이라면 지나친 비아냥 거림일까. 백보 양보해서 북측주장대로'정탐행위'를 했다한들 그럴 수는 없다는게 주권국가 국민이라면 가질 자존심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정부의 한 관계자까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항복문서도 이렇게 작성하지는 않는다"고 했을까 말이다.그래도 신의하나만은 중요한줄알아서인지 나머지 쌀 8만t도 계속 보내겠다고 했고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농민들의 피와 땀이 밴 쌀 실은 배는 북을향해 항진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또다른 트집이 잡혀 선원이 억류라도 되면사과문 한장이면 풀려나니 걱정조차 할 필요도 없다.

뒤늦게 국회가 여야할것 없이 추달하자 '죄없이'불려나온 통일부총리는 엉겁결에 쌀회담대표를 바꾸겠다고 답변했다가 높은 분으로부터 호된 꾸중만듣고 말았다.

**구긴 자존심 회복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일급참모를 감히 네가 왈가왈부 한단 말이냐는 말씀이고 보면 자칫하다간 내목이 먼저 달아날 판인 것이다.

그래서 "쌀 그만 보냅시다"는 소리는 감히 못한다. 열려봤자 뻔할 것이지만 올 10월말 뉴욕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에 대한 '백일몽'을 누구도 깨울수없기 때문에…. 〈본사논설위원·홍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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