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여야관계의 출발

입력 1995-08-23 08:00:00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의 청와대회동은 이미 6·27지방선거후 예견된 일이었다.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씨가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계의 실체로 부상하면서 민자당내에서조차 김씨의 정치실체인정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한바 있다. 김대중씨가 아직 신당을 완전히 창당한상황은 아니지만 창당준비위구성과 더불어 국회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이상제1야당의 영수로서 위상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비록 오늘 청와대회동이 원로초청오찬모임 참석의 형식을 빌려 다수의 국가원로급 인사들과 함께자리를 갖는 것이지만 김대통령과 김대중씨의 만남엔 여야의 새로운 출발이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야권의 실체로인정된 이상 김대중씨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어떠한 정치행보를 해왔건,또 이에대해 김대통령이 어떤 인식을 가졌든 개의할 바 아니다. 현실적으로김대통령의 야권파트너로 등장한이상 국정현안문제들을 풀어가는데 야당영수의 한사람인 김씨와 대화를 갖는것은 당연한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서도 저돌적으로 정계복귀를 강행한 김씨의입장이나 세대교체론으로 3김시대의 청산을 주장해온 김대통령의 입장이 이같은 만남의 부담이 될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늘 회동은 큰정치, 화해의 정치를 표방한 김대통령이나 국민의 의사에 따라 정치적 장래를 결정하겠다는김씨에게 다같이 현실적당위로 받아들여질수밖에 없는일이라 할것이다. 다만 그같은 입장차이는 새로운 여야관계로 시작되는 정국운영의 결과를 지켜보게될 국민의 판단에 맡겨질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같은 양자의 입장차이가앞으로도 여야관계의 정상적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될것이다.새로운 여야관계의 실질적 출발을 보는 국민의 입장에선 앞으로의 정치가국민의 이익과 복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것이다. 지난날의 정치에서 보아왔듯이 또다시 민생문제와 국익에 관련된 문제들을 팽개치거나 이를 당리당략화해서 오직 대권경쟁에만 골몰하는모습을 되풀이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특히 대권4수에 도전하는 김대중씨의깊은 한과 이를저지하려는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때문에 정국운영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수없다.

그리고 벌써부터 '후3김'체제에서 날카로운 경쟁의식을 표출하고있는 자민련의 김종필총재가 청와대 초청오찬에 불참한것을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생겨나고있다. 후3김시대로 상징되는 새로운 여야관계가 정국운영에 많은 파란을 몰고올 가능성은 김대통령이 야권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는 것만으론 해소하기 어렵다. 대권경쟁의 공정성을 전제로 여야정당의 정책대결로 총선과대선의 국민심판을 받을각오만이 새로운 여야의 순조로운 관계를 보장해줄것이다.

오늘 회동은 상징적 만남이지만 이를 계기로 여야 영수들은 더 많은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갖고 화합과 생산의 정치를 펴나가야 한다. 대권경쟁도 그런 정치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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