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기택총재가 23일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재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는 내분을 수습하고 차후 재기를 노리겠다는 '전략상 후퇴'로 받아들여진다.김대중씨가 신당을 차림에 따라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당장의 정치적 위상만을 고려, 당권에 연연하다가는 더이상 설땅이 없다는 위기감이낳은 모처럼의 정치력 발휘라 볼수 있다.
이총재는 이날 아침 북아현동자택에서 이규택대변인을 만나 백의종군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구당파가 제기한 공동대표제를 수용할 때 이미 마음을 비웠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내가 물러나고 다른 사람을 공동대표로 내세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대변인이 전했다.
이같은 발언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구당파와 이미 합의한 공동대표제에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그는 자파공동대표 후보로 박일 이중재고문중 한사람을 추천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로써 국민회의가 떨어져 나간 이후 당수습과 재건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겪어왔던 민주당 내분은 극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민주당은 이총재와 구당파가 공동대표제에 합의했음에도 불구, 전당대회소집절차를 둘러싼 법적시비가 발생하는 등 상호 불신감으로 좀처럼내분 수습의 가닥을 잡지 못해왔다.
이총재는 8월28일 전당대회 개최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사항이므로 이를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래서 자신의 명의로 전당대회소집공고를 내 고지구당 개편대회를 강행할 것을 지시하는 등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구당파는 당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이총재의 전대소집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지적, 총재직무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해왔다.
구당파는 이에따라 23일오전 자파 당무위원 회의를 소집, 전당대회 저지를위한 실력행사에 나서려던 참이었다.
이에맞서 이총재도 김대중씨의 신당행으로 자리가 빈 당무위원및 당직자인선을 강행하겠다며 대치, 당내분은 서로 제갈길을 가는 분당 일보직전의위기국면이 초래됐던 것.
이같은 상황에서 이총재는 일단 대표직에서 물러나 2선으로 후퇴하는 것만이 당을 수습하고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도모할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는결심을 하게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