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푸른나무(195)-도전과 응징(26)

입력 1995-08-21 08:00:00

그날, 해가 진 뒤다. 짱구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배가 고프다. 점심은아침에 사다둔 도너스로 떼웠다. 배가 고플땐 물을 먹는다. 나는 수돗물로배를 채운다. 나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뉴스시간이다. 말복을 고비로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아나운서가 말한다. 화면은 썰렁한 해수욕장 풍경이다.물결이 모래톱을 핥는다. 검은 찌꺼기가 보인다. 시커먼 스티로폴과 신문지가 모래톱에 쓸리고 있다."…지난달, 태풍으로 인한 유조선의 난파로 남해 청정해역을 온통 기름띠로 덮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원상 회복에 최소한 십년은 걸릴 남해안에는아직도 그 상처가 곳곳에 늘려 있습니다. 자연은 우리가 이를 소중히 가꾸고지킬때 그 혜택이 인간에게 되돌려줍니다. 인간의 탐욕이 물질만능의 성장수치에만…"

문께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나는 바깥으로 눈을 준다. 어둠속, 누군가철문을 살며시 연다. 여자가 들어선다. 경주씨가 아니다. 순옥이도 아니다."마씨 있어요?"

흥부식당 연변댁이다. 나는 깜짝 놀란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정말 마씨가 여기있네" 연변댁은 물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비닐백을 들었다. 그네가 가건물로 다가온다. "마씨가 크게 고생한 사건을 텔레비전에서봤습네다"

"아, 안녕하셨습니까"

"아직도 목발 짚나보네요. 그동안 얼마나 고생 많으십네까"연변댁이 다소곳이 의자에 앉는다. 여윈 얼굴이다. 콧등에 기미가 촘촘하다. 푸스스한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비닐백에서 비닐봉지를 꺼낸다. 찐 옥수수 두개를 내놓는다. 노란 옥수수와 회색 점박이 옥수수다. 먹읍세다, 하며연변댁이 한개를 내민다. 나는 옥수수를 받는다.따뜻하다. 나는 옥수수가먹고 싶었다. 배도 고프다. 나는 옥수수를 먹기 시작한다. 시애는 줄따라 옥수수를 파먹었다. 나는 마구잡이로 먹었다.

"짱구란 청년 아직 안들어왔네요?"

"아직 안들어왔어요"

"쉬는 날이라 찾아왔는데…"연변댁이 가건물안을 둘러본다. "여기서 함께자요?"

"함께 잡니다."

인희엄마, 인희 잘 있어요, 하고 나는 묻고 싶다. 미미 얼굴도 떠오른다.미미와 나는 극장에 간 적이 있었다. 미미는 내 바지의 쟈크를 열었다."마씨도 저를 도와주세요. 전 빨리 연변으로 돌아가야해요. 그런데 아주머니가 월급을 안줍네다. 식당에서 일한지 다섯 달이나 됐는데… 이부 오리 이자를 쳐서 함께 주겠다고 맡아선 여지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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