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으로 부쳐온 아들의 성적통지표를 펴보고 칭찬을 해줬다. 상장과 통지표를 모아둔 봉투를 꺼내던 아들이 갑자기 생각난듯 물었다. "아빠는 국민학교때부터 대학교때까지 성적표가 다 있던데 엄마는 왜 하나도 없어요? 공부를 못했나..." "야, 니 엄마도 공부잘했어. 반장에 우등상, 개근상 다받았다 임마!" "그럼 어디 보여줘요" '외가 사랑방에 다 있어. 외할아버지께서 차곡차곡 다 모아두셨으니까…"'사랑방'이라는 말이 나오자 금방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경기도 양평의 증안리에 있는 친정집. 그곳의 사랑방은 곧 내 부모님으로표현된다. 안방을 장남내외에게 내주시고 옮겨온 그 방에는 없는게 없다. 전주이씨 족보부터 조부모님사진, 유리속의 작은 부처님과 백팔염주, 지방을쓰는 지필묵이 있고 종친회모임에 가실때 입으시던 도포와 모자에 우리 7남매 어릴적 모습부터 혼인시킬때, 손자손녀들의 돌 백일사진들이 낡은 사진틀속에 빽빽이 들어차 있다. 웃목엔 고구마 감자 씨앗들이 가득했고 장롱 맨아랫칸엔 칠남매의 상장이 들어있는 와이셔츠통을 넣어두고 심심하실때마다펴보시곤 하셨다.
네째오빠내외가 모두 돌아가셨어도 사진틀을 바꾸지 않고 늘 바라보시며눈가가 축축해지시던 부모님. 친정갈때마다 사랑방 문부터 열면 "대구애들오는구나. 멀미안했냐"하시며 인자한 얼굴로 맞이해주시곤 했다.이제 부모님은 저세상으로 가셨지만 사랑방은 변한게 없다. 안채는 기름보일러에 입식주방 등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가마솥 부엌에 장작을 지피는 온돌방이다.
큰오빠는 사랑방의 도배를 깨끗이 해놓고 객지에서 가끔씩 들리는 동생들에게 부모님을 만나게 해주신다. 그때마다 우리는 밤늦도록 옛얘기에 꽃을피우고….
요즘도 친정집에 가면 부모님이 사랑방문을 열고 맨발로 뛰어나오실것만같다.
(대구시 달서구 송현1동 1965의 16)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