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 올께. 너 먹을것 가지고. 햄버거 사오지. 그동안 푹 쉬고 있어"짱구가 떠난다. 나는 옥상에 혼자 남는다. 뙤약볕이 따갑다. 시멘바닥이후끈하다. 화단에 눈을 준다. 그쪽으로 목발을 옮긴다. 상추는 키만 자랐다.잎은 불볕에 녹아버렸다. 고춧대는 쓰러져 있다. 잎은 바싹 말랐다. 토마토줄기는 땅으로 누웠다. 잎은 누렇게 시들었다 .꽃삽과 조로가 시멘바닥에 나뒹군다.내가 떠난뒤,화단은 버려졌다. 흙을 만저본다. 파삭하다. 돌가루 같다.상추 줄기사이에 잡초가 자란다.여뀌와 질경이이다. 나는 여뀌를 본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꽃이 피었다. 꽃같지 않은 꽃이다. 수수처럼 빽빽이 붙은씨앗이다. 이삭이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다. 가을이면 바람따라 날려갈 풍매화다. "시우야, 들풀의 생명력은 대단하단다. 환경의 어떤 악조건도 이겨내지. 일년에 삼십분 정도여우비가 내리는 사막에도 자라는 풀이 있데. 삶이괴롭고 견디기 어려울때 나는 이 들품을 보지. 그러면 풀이 내게 말한단다.우리를 봐요. 우리를 보고 이겨내요. 고통속에 생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오. 그래서 나는 화사한 꽃보다 거친 땅에 자라는 이렇 꽃이 더 아름답게 보여. 화려함보다 소박함이 좋거던"어느 가을날이었다. 아버지가 엉겅퀴 덩굴을 보며 말했다. 여뀌와질경이가 그렇다. 고추와 토마토는 죽었다. 여뀌와질경이는 살아있다. 나는 여뀌나 질경이이다. 옥상에서, 나는 이제 할일이없다.
이튿날부터 나는 옥상에 혼자 남는다. 화단을 정리한다. 고추대와 토마토줄기를 뽑아낸다. 빈화단이 된다. 거름을 주고 씨앗을 심고 싶다. 그일외,옥상에서 다른 할일이 없다. 쥐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목발을 짚고 걷기 연습을 한다. 절뚝걸음이다. 쌍침형도 늘 그랬다. 땀흘리며 운동을 했다.가정식 음식점에서 아침밥 먹던 때다. 나는 참았던 말을 한다."형, 거름있지? 거름하고 씨, 배추씨 사다줘"
"화단에서 김장감 하게?"
"김장? 그래 김장 배추 심게"
"잘 될까?"
"잘돼. 어린 잎 무쳐 먹지"
"그러지 뭐"짱구가 한참뒤 말한다. "요늠 바빠 새끼 여섯을 뽑았거던.우리 조야 이제너와 나밖에 더 있냐. 형님과 내가 새끼들 훈련을 시키지.사건 나고 형님이 뿔났어. 향린동을 못넘겨 받았잖아. 그 원인은 우리 조에새끼들이 없다는 거야. 쥐파 도식이 형님과 암투가 심해. 조직 안에서도 꺽기를 잘해야 실력자가 되거던. 넌 그런 저런 사정 몰라도 되지만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