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남북 고향방문단이 한차례 서울과 평양을 오간 적이 있다. 평양에서 노령의 누나를 만난 남측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재회의 기쁨을 가슴으로얼싸안았다. 그 누나는 남한에 살고 있는 여동생의 안부를 물었다. 그가 지금 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다는 말을 듣자 할머니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침통한 어조로 '팔아먹었군'하는 야릇한 말만을 남겼다. 북한 사회에서 '이민'이란 "통치계급이 일정한 정치 경제적 목적으로 제 나라 사람을 다른 나라에팔아넘김으로써 그곳에 강제로 끌려가 살게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할머니의 그와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또 이십여년 전 한창 남북적십자 회담이 활발하게 열리던 때의 일이다. 회담장에 나온 우리측이 북한의 안내양을 보고 '아가씨'라고 불렀다. 그 안내양은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하며 '접대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일화가 있다. 이렇듯 분단50년의 비극은 우리에게 언어 이질화로 파생되는아픔과 슬픔도 함께 가져다 주었다.
언어는 사회적 소산이며, 사회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반세기 동안의 격리 상황속에서 이처럼 동일했던 남북 언어의 의미가 현저하게 달라진다는 것은 세계 언어사상 유례없는현상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의 사회체제가 자본주의 사회의 제도나 생활상을 격하시켜 왜곡 선전하고자하는 의도적인 책동에서 비롯된 것이다.북한에서는 '부자'라는 말도 "낡은 사회에서 착취와 협잡으로 긁어 모은재산을 많이 가지고 호화롭게 진탕치며 살아가는 자"로 그 의미가치가 격하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소산인 '자본가' '백만장자' '유지' '주식회사' '중소기업가' '청부업' '임금' '잉여가치' '고용' 등의 말들은 자연히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의미로 추락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경찰' '형사' '신사' '숙녀' '관료' '지주' '소작'등도 소위 '자본주의 '부르조아'적 착취계급'의 산물로 적대시하여 그 의미를 저하시켰다.언어 자체는 이념적으로 중립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주체적인 언어관은 언어를 혁명과 건설의 강력한 무기로 '복무'하는, 이른바 '언어도구관'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남북언어의 이질화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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