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패전 50주년은과거 침략전쟁에서 희생된 전몰자들을 위한 추도행사가 전국적으로 벌어진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전쟁책임과 사죄,배상등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아시아전쟁피해자들의 시위 집회가 잇따르는 등 그평가와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전쟁책임과 피해자 전후처리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 있는 가운데 패전 50주년을 맞이한 15일 일본에서는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 총리가 특별담화,전국전몰자추도식 식사를 통해 과거 침략전쟁을 인정하고 사과를 표명한 한편으로 현직각료와 국회의원들이 군국주의 상징으로 불려온 야스쿠니(정국)신사를 대거 참배,큰 대조를 이루었다.
이날 도쿄시내에서는 극우단체가 차량을 동원,과거의 전쟁을 합리화하는시위를 한 가운데 전후보상투쟁을 벌여온 일본내 시민단체와 한국등 아시아의 전쟁피해자들은 야스쿠니신사주변에서 집회를 갖고 일본의 사죄와 전후처리실현을 촉구했다.
이와함께 중국,호주등 아시아 태평양 피해국들 가운데는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죄와 배상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패전 50주년을 맞은 일본의 태도는 한마디로 유일한 피폭국임을 강조하면서 미래의 평화와 비핵실현등을 강조하는데 무게가 실려있는 반면 과거침략전쟁의 책임과 전후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적시하지 않은 채 그동안반복돼온 사과와 반성,애도의 변으로 미봉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이런 점에서 무라야마총리가 특별담화를 통해 침략을 인정하고 반성과 사과의 뜻을 표명하긴 했으나 과거 일본이 저지른 강제연행,위안부강제동원등의 범죄행위나 침략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여전히 회피함으로써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
특히 반성과 사죄에 이어 뒤따라야 할 아시아 전쟁피해자들의 보상등 전후지금까지 미해결로 남아 있는 전후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해결됐다'는기존의 일본정부 입장을 반복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따라 과거 아시아등에 대한 침략 전쟁,식민지지배,무력점령등의 과정에서 2천만명이상의 무고한 목숨을 빼앗았던 전쟁의 책임문제등은 아시아 피해국가들이 주시해온 5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기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완의 장으로 남게 됐다.
이는 일본의 역사책임문제가 '전후 50주년'을 맞아 스스로 매듭을 지으려했던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그 불씨가 가시지 않은 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내용에 대해 전후보상운동을 전개해온 일본내 학자들은 담화내용이 말뿐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진부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 다나카 히로시(전중굉)교수(일교대)는 교도(공동)통신의 논평요구에 "이번 담화도 근린제국의 피해를 변함없이 무시한 것"이라면서 '전쟁의 참상을 젊은 세대에게 전해야 한다'는 무라야마총리의 언급에 대해서는전쟁자료조차 공개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태도를 들어 혹평.○…패전50주년인 이날 야스쿠니신사에는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일본통산상이 일본유족회회장자격으로 참배하는 등 각료 9명( 우라노 과학기술청장관은 14일 참배)이 '국무대신','개인'등의 이름으로 참배.자민당총재를 노리고 있는 하시모토 통산상은 기자들에게 "(야스쿠니 참배는) 숨진 사람들과의 약속"이라면서 "유족회회장이 사적인 입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공인의 입장에서 참배했음을 간접 강조.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각료들은 거의가 자민당소속으로 사회당소속각료 5명은 신사 공식 참배가 헌법상의 문제가 된다는 점을 들어 참배하지 않았는데 지난해의경우 7명의 각료가 참배했었다.
과거사 왜곡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시마무라 요시노부(도촌의신)일본문부상은 참배를 단념했다.
한편 자민당의 '모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59명과 신진당의'야스쿠니신사참배의원연맹' 16명,신당 사키가케 소속 국회의원 등 77명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
○…일본의 '평화유족회 전국연락회의'는 15일 오전 도쿄의 전수도회관에서 한국의 위안부피해자,시민,단체관계자등 2백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8·15집회를 갖고 전쟁의 가해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식 사죄,개인보상을 실시할것을 일본정부에 촉구.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아시아 전쟁희생자와의 공생을 추구한다"는구호를 앞세우며 각료들의 참배가 계속되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주변을 평화행진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의 화교단체인 '말레이시아 중화대회당연합회'는 14일2차대전중 일본군에 의한 전쟁범죄의 사죄와 1백95억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각서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했다고 아사히(조일)신문이 15일 보도.○…일본 오사카(대판)에서는15일 한국유족,중국남경대학살 생존자,일본 시민등 4백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의 전쟁책임을 추궁하는 집회가열렸다고 교도통신이 보도.
이날 집회에서 일제징용으로 남편을 잃은 유족 이금주씨(74·전남 광주)는"일본인은 한국인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버렸다"면서 사죄와 배상을 일본정부에 촉구.
또 남경대학살의 중국인 생존자 5명은 당시 입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면서일본군의 잔학행위를 증언.
○…대일배상운동을 벌여온 중국민간대일배상위원회의 동증대표는 15일 "일본이 마음으로부터 전쟁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성의를 가지고 사죄하는 것을 세계는 기다려 왔다"면서 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장을 일본대사관에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북경발로 전했다.
동씨는 무라야마총리앞으로 보낸 이 공개장에서 특히 "군국주의를 부활시켜 대동아공영권을 꿈꾸는 세력"이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
○…홍콩에서는 '홍콩 배상청구협회',노조관계자등 30여명이 일본군이 점령기간중 강제 발행했다가 전후 휴지가 돼 버린 군표에 대한 보상등을 요구하며 일본총영사관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교도(공동)통신은 보도.이들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일부 일본정치가의 발언은 아시아국가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성명을 총영사관에 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