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씨, 잘 가요"아주머니 간호사가 내손을 쥔다. 그네는 병원에 있을 동안 내게 친절했다. 정이 들었다. 헤어지는게 섭섭하다. -사람은 영원히 함께 살 수야 없지.언젠가는 헤어진다고들 말하지. 이승과 저승이 그렇게 사람을 갈라 놓아. 그러나 니 아비가가버린 건 너무 야속해.하늘님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나를 먼저 데려갈 것이지, 시우 너를 두고 그렇게 무정히 가버리다니.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코 끝이 시큰하다.
나는 목발을 짚고 병원 현관을 나선다. 더운내가 와락 얼굴을 감싼다. 경주씨와 채리누나가 뒤따른다. 햇빛이 눈부시다. 나는 얼굴을 찡그린다. 나무그늘 아래, 색안경을 낀 사내가 우리를 보고 있다. 쌍침형이다. 소매 걷은검정 점퍼에 검정 바지다. 나는 걸음을 멈춘다. 심장이 뛴다. 쌍침형이 걸어온다.
"수고했어"
쌍침형이 내 어깨를 친다. 나는 머리를 숙인다. 쌍침형이 앞서 걷는다. 채리누나가 나를 부축하려 한다. 경주씨가, 혼자 걷게 놔둬요 하고 말한다. 쌍침형이 승용차 뒷문을 연다. 흰색 승용차다. 굴집 동네로 쳐들어 갈 때 승용차가 아니다. 쌍침형이 나를 보고 타라고 말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승용차에오른다. 목발을 발치에 눕힌다.
"타슈"
쌍침형이 경주씨에게 말한다. 경주씨가 내 옆자리에 탄다. 채리누나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 승용차가 병원 정문을 빠져 나간다. 모두 말이 없다.차는 네거리에 멈춰 선다. 빨간 신호등이다. 옆에 오토바이 한대가 붙어 선다.
"마두, 고생 많았어"
오토바이를 탄 치가 나를 본다. 색안경을 낀 짱구다. 그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나는 모른다. 가슴이 철렁 한다. 그는 일본칼로 꺽다리를 내리쳤다."우리가 항구에 올라올 땐 여섯 식구였다" 쌍침형이 내게 말한다. "여섯식구가 이젠 세 식구로 줄었어. 셋은 이 무더운 날, 호텔 방에 쪼그리고 앉아 있겠지. 우린 그 식구를 잊으면 안돼. 마두, 내 말 듣고 있냐?""듣고 있어요"
나는 합죽이와 킹콩을 떠오린다. 기요가 떠오른다. "진짜 보스는 자기 식구들을 잘 챙겨야해" 기요가 말했다. 기요도 재판을 받는다고 했다. 사고를치면 군에서 빠진다고 기요가 말했다. 그는 사고를 쳤다. 수갑을 찼다. 짱구도 사고를 쳤다. 그는 수갑은 차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시우씨를 고향으로 보내줘요" 경주씨가 쌍침형에게 말한다. 쌍침형이 대답을 않는다. "시우씨는 지금 생활이 맞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