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노채식 특집부장)-정신적 잔재의 청산

입력 1995-08-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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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시원하다' '진작 내렸어야 했는데 때늦은 감이 있다'는 국민들의 반응과 함께 구조선총독부 건물의 첨탑을 철거하는 것으로 광복50주년의 기념행사가 모두 끝났다.반백년의 세월은 일제침략 36년의 잔재를 없애는데 너무 긴 시간이었다.아직도 정신대 할머니들의 울부짖음은 하늘에 닿아 있으며 이름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넋은 구천을 헤맨다.

**일제35년의그늘 **

눈에 보이는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는 것도 서둘러 했어야 할 일이지만 일제 35년동안 파괴된 우리의 민족정신을 회복하는일이 이제 반백년을 맞은광복기념일부터해야할큰 일이다.

우리의 통치자들은 선조들의 피로 되찾은 나라를 경영함에 부끄럼없고 당당할 수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조국과 민족을 짓밟은 친일세력을 보듬어 - 단지 통치의 편의를 위하여- 이후 50년동안 청산되지 않은 군국주의의아편으로 우리 정신문화를 갉아먹지 않았나 반성해 보아야 한다.우리의 유구한 역사에 구정물을 흘려 각 곳에서 악취가 풍기도록 만든 장본인들이 누구였나 되돌아 봐야 한다.은근과 끈기·성실과 근면의 백의민족으로 불리던 우리 민족성은 어디쯤서부터 실종되었나.

**도덕과 양심의 실종**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라 발뺌하든간에 4천억원설이 불거지고,대학병원에백수십억원의 뇌물이 오가고 건축현장의 뇌물은 '당연한 것'이 되고 정치꾼들은 건물이 무너져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그 도시에서 그 순간에도 당리당략에 으르렁거리고 변명할 수 없을땐 '과도기'란 말로 얼버무리고 무슨 일이든 책임지지 않고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안위는 젖혀두고 오로지 입신과대권에만 일로매진하는…도덕과 양심이 실종된 이런 구린내나는 일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계획·검토없이 시작해 점검·반성없이 치러내는 전시행정이며 '깜짝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눈속임은 어디서 배웠을까.

그것은 모두가 암울했던 일제35년,그동안 독버섯처럼 피어나 한 목숨 안위를 위해,이미 획득한 권세와 재물을 지키기위해,또 앞날의 보장된 영화를위해 참회와 반성을 외면한 기득층들이 뿌린 씨앗들에서 발아한 싹이 아니었던가.

일제가 우리 산의 나무를 베어 실어나가고 대신 심은 아카시아가 다른 나무의 생육을 막고 번져나가듯 단죄받지 않은 그들도 우리의 정신문화를 파괴해 나가지 않았던가.

그래도 민족정신을 이어가고 세계에 대한민국의 국위를 떨치는 이들은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다. 그들은 조국이 보듬어 주지 않아도 당당히홀로 서서 조국의 이름을 세계에 떨쳤다.

**민족정신 되살려야**

이름없는 독립투사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분연히 죽창을 들고 일어섰듯이,이 땅에 독재정권을몰아낸 것도, 문민시대의 씨를 뿌린 것도 위정자들이 아닌 정권의'특혜'를 받지않은 순수한 학생들이요, 근면한 노동자들이었다.

'나 아니면 안되는'줄 아는, 시대에 거꾸로 가는 의식을 가진 일부 '선택된'자들이나라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웃기는 일이다.광복 50돌을 맞아 이제부터는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정신을 병들게 하고나라의 진정한 발전을 해치는 더 큰 일제의 정신적 잔재를 없애야 할 때이다.광복50돌이 아닌 반만년 역사의 자긍심을 돌이켜 생각해 볼 때다. 정신적인 광복은 어디까지 왔나 반성해보고 이제는 '나라 가꾸기'에 온 국민이 힘을 쏟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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