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리의 '침략인정'과 '사과'는 그래도 미흡했다. 패전 50주년을 맞아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가 일본총리로선 처음으로 침략을 인정하고사과의 심정을 표명했지만 진심이 결여된 것같아뒷맛이 개운하지 못하다.오히려 일본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 국민들에게 일본이범한 과오를 직시하고 자손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종전보다는 진일보한 시각을 나타냈다.무라야마총리는 마음으로부터사과의 심정을 표명한다 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보상문제에 관해서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 전후 독일과 프랑스가 보여준 진심을 실은 명쾌한 사과와 반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라야먀총리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손해배상과 국가보상및 재산권 청구문제에 대해서는일본정부로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성실히 대응했다"고 전제, "당사국들과 법적해결이 끝났으므로 국가로서 개인보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무릇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는 뿌리까지 투명해야 한다. 지난날 과오가있었다면 정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도록 청산할 것은 말끔하게 청산하는 것이 도리다. 불교경전에도 공양에는 재물공양과 법공양이 있으나 마음없는 재물만의 공양은 허무하고 재물없는 마음공양도 공허하다고 했다. 따라서법공양에도 재물이 따르는 것은 필수라고 했다. 하물며 과거 한시기에 국책을 그르쳐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식민지지배와 침략에 의해 많은 나라, 특히아시아 각국인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면 이제 되돌려 주어야한다. 손해에는 보상을, 고통에는 위안과 치유가 되갚음하는 바른 길이다.독일의 바이츠제커 전대통령은'독일의 전쟁패배의 날이 독재로부터 해방의 날이 됐다'고 솔직히 잘못된 과거를 시인했다. 전후 독일은 아우슈비츠와폴란드의 대량학살을 사죄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여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화해를 이루게 됐다. 또 자크 시라크프랑스대통령은 독일점령하의 비시괴뢰정권이 유대인 수만명을 나치수용소에 넘겨준 행위에 대한 프랑스의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여 국제사회로 부터 크게 칭찬을 받은바 있다.일본은 어떤가. 남경대학살을 부인하고 생체실험과 종군위안부·징용노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대국이 됐지만국제사회에서의 정치력은 상응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신뢰성이없기 때문이다. 총리는 입으로 사과했지만 극우파들의 망언은 좀처럼 숙어들지 않는다.
오늘아침 아사히신문은 '우리는 당사자가 아닌 세대이므로 반성할 필요가없다'는 신세대의 생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역사는연속하기 때문에 국가의 행위에 대한 개인의 책임도 연속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부정하는 사람은 과거를 되풀이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