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재전장관의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가·차명계좌설'파문은 검찰수사결과 일과성 해프닝으로 방향이 잡혀지고있다. 현상황에서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누가가장 이득을 보고 누가 가장 피해를 본 것일까.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서석재파문'에 대해 아직까지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측면으로는 서전장관이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는데에 이견이 없다. 동해보선이후재기를노려온 그는 절치부심끝에 당의 요직을 맡을수 있는 시점에서 터진 이번 파문으로 퇴진이 불가피했다. 물론 그렇더라도 총선을 통한 정치적활동은가능하겠지만 그의 전면등장은 물건너 간것이다.거기다 '비자금설'은 지방선거이후 내년 총선을 겨냥해 활발한 움직임을보여온5·6공중심의 신당추진세력들의 움직임에 결정적인제동으로 작용했다. 민자당의 체제개편과 맞물려 9월중에는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돌았던 구여권의 보수신당은 일단 주춤할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 파문과는 별도로 지방선거이후정치권이나 증권가주변에 나돌기 시작한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구여권세력의 정치자금과 연관이있을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뭉칫돈이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었다는점을 감안하면 여권핵심부가 거둔 최대의 수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점이다.이번 파문이 결과적으로 5·6공을 주축으로 한 구여권세력의 움직임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또한 민자당등 여권에게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파문이 정국운영에 악재로 작용했다. 우선 김영삼대통령으로서는 청남대휴가중 사건이 터져 준비중인 '8·15구상'과 당정개편등의 복안에 상당한 지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되고있다. 실제로 여권핵심부는 지방선거이후 이반된 민심을 돌리고 국면전환카드로 8·15대북제의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뿐만아니라 대북카드의 여세를 몰아 당정개편으로 정국운영의 흐름을 바꾼다는게 여권의 기본계획이었지만 민자당은 이번파문으로 계파간 갈등만 깊어지고 뒤숭숭하기만 하다.
당정개편의 모습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파문의 주역인 서전장관은파문전에는 민자당개편의 핵심이었다. 그의 사무총장기용설이 파다하게 퍼진상황이었다. 그의 퇴진은 민주계를 활용한다는 김대통령의 개편구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민주계인사의 퇴진이 민정계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하더라도민정계도 별로 득본게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5·6공에서 성장했기 때문에5·6공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의 시선을 함께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자민련등 야권으로서도 모처럼 정치적 호재를 잡았으나'DJ의 비자금 괴문서소동'등 야권으로까지 불거진 정치자금설로 인해 별다른 이득을 보지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야3당간의 선명성경쟁으로 인해 이전투구의 모습만 노출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분당등 야권분열에 대한비판적인 시각을 일시적으로나마분산시켜 야권이 체제정비에 주력할 수 있었다는 것을 반사적인 이득의 하나라고 볼 수는 있다. 〈서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