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84)-제7장 도전과 응징(15)

입력 1995-08-08 08:00:00

"얼굴이 못쓰게 됐군. 조리 잘해"쌍침형이 내 눈을 쏘아보며 말한다. 갑자기 두꺼운 손바닥으로 내얼굴을쓸어내린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 그 억센 손이 내 목을 죌 것만 같다.나는 눈을 감는다. 발소리가 들린다. 문여닫는 소리가 난다."시우씨 약 먹어요"

간호사가 말한다. 나는 실눈을뜬다. 쌍침형과 찡오형이 없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간호사가 내 목을 받혀들어준다. 입에 약을 털어 넣어준다. 컵물을 준다. 새알이 들려 나는 재채기를 한다. 약가루가 날린다."폭력배 맞지요"

간호사가 묻는다. 나는 가만있다. 쌍침형의 눈이 떠오른다. 내 얼굴을 왜쓰다듬었는지 알 수 없다. 그 짓이 무섭다.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누가 묻더라도 말을 해서는 안된다.

"카운터에서 분산스레 말건 젊은애들은 바람잽이고, 그새 저 두 사람이 여기로 살짝 들어온 게 맞아. 시우씨, 잘 아는 사람들이죠"

예, 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궁근다.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말을 해서는 안된다. 울고 싶다. 코가 맹맹해진다. 눈을 감는다. 눈꼬리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머, 우네. 울지 말아요. 내가 묻지 않을게. 대답하기가 괴로운 모양이죠"

간호사가 말한다. 멍텅구리배에 있을 적이다. 갑판장 최씨가 나를 때렸다.몽둥이를 마구 휘둘렀다. 쓰러진 나를 장화발로 찼다. -너가 훔쳤어. 네놈주머니에서 열쇠가 나왔잖아. 그래도 거짓말을 할테냐. 누가 시켰어? 바른대로 말해. 강씨야, 언청이야. 최씨가 윽박질렀다. 나는 울기만 했다. 말을 할수가 없었다. 언청이 아저씨가 육지로 도망치자고 내게 말했다. 멍텅구리배에 매어놓은 보트를 타면 된다고 했다. 그 연결쇠줄은 열쇠로 채워두웠다.열쇠는 최씨가 가지고 있었다. 언청이 아저씨가 그 열쇠를 훔쳤다. 최씨가술 취해 잠을 잘 때다. 허리에 차고 있는 열쇠묶음에서 그 열쇠를 찾아냈다.언청이 아저씨는 그 열쇠를 내게 맡겼다. 가지고 있으라고 말했다. 무서운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바다에 던져버리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최씨는 보트 쇠줄 열쇠가 없는 걸 알았다.

"잘 자요. 어디가 몹씨 아플 땐 거기 벨을 눌러요"

간호사 아주머니가 나간다.

이튿날 아침이다. 밥을 먹고 나서다. 의사 여럿이 왕진을 다녀간 뒤다. 젊은 의사가 병실로 들어온다. 그 뒤를 따라 반소매 점퍼 둘이 들어온다. 아는얼굴이다. 흥부식당으로 쳐들어왔던 형사들이다. 점잖은 형사와 운전수형사다. 나는 입부터 꼬옥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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