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지책임자석방 드센 반발 87세 에리히밀케 고령·지병 이유

입력 1995-08-08 00:00:00

한때 구동독 제2인자이자 비밀경찰 슈타지의 총책임자였던 에리히 밀케가지난 2일 석방되자 슈타지의 희생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의 석방이유는 87세라는 고령과 지병으로 알려졌다.밀케가 5년6개월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베를린의 모아비트 감옥에서 나서자 슈타지 희생자들은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며 이번 가석방 조치에 대해 "구동독시절의 모든 정치적 희생자들의 얼굴을 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 흥미로운 사실은 밀케가 감옥생활을 한 이유가 전혀 다른데있다는 점이다.밀케는 슈타지의 총책임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60여년전인1931년 바이마르 공화국시절 베를린 블로프플랏츠에서 발생한 두명의 경찰관살해사건에 관여했기 때문에 투옥됐다. 때문에 이번 가석방 이후 여당 일각에서는 밀케를 이번엔 슈타지 죄목으로 감옥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다.

지난 93년 10월 베를린 지방법원은 밀케가 1951년 직접 작성한 자기이력서에서 블로프플랏츠 사건에 참여했다고 언급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며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 결과 이미 91년부터 미결상태로 수감돼 있던 밀케는 6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그는 동독시절 서방세계로 탈출하려는 동독인을 국경에서 사살한책임자 혐의로 재판을 받을 뻔 했으나 법원에서 공판을 받을 만한 건강상태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려 소송자체가 중단된 적이 있다.

한편 밀케가 석방되는날 동독 공산당·민사당 연립정권의 수반이자 개혁과 통일회담의 길을 열었던 한스 모드로우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지난 89년구동독의 한 지방에서 치러졌던 선거의 결과를 왜곡한 혐의다. 93년 5월 유죄가 인정된 모드로우는 드레스덴 지방법원에서 벌금 2만마르크(1천2백만원)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재판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공산당(사회주의통일당)의 후신인 민사당의 총재로 있는 모드로우재판이 있던 날 법원밖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군중 약 2백여명이 모여 "정치재판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늙고 병든 수구파 밀케는 석방되고 반수구파이며 동독 개혁을 추구했던 모드로우는 이제 독일식으로 토사구팽되고 있다.

〈보훔·조항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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