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대...마지막선택 '지구환경'이대로 둘것인가67-제4부 몸살앓는5대양6대주-16 확대

입력 1995-08-05 08:00:00

거칠고 황량한 고비사막 한 가운데서 완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뻔자크수렌씨(25·몽골농업성 수리전문가)를 만날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노루떼들이 간간이 후들짝 놀라 이리뛰고 저리뛰며 바람을 일으키는 삭막한 고비사막에서 수렌씨는 만나는 순간부터 도움이었다. 몽골대학의 볼로르똘리군(19)을 안내원으로 데려오긴 했으나 워낙 우리말이 서툴고 그 자신 고비사막을이만큼 깊이 들어오기도 처음이어서 사실상 길잡이 구실을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수렌씨는 수리학 공부를위해 북한의 원산에서 5년간 머물렀다고 했다. 둔트고비(중고비)에서는 사막의 물길을 찾고 앞으로 사막의 치수를 위해 기초자료 수집과 조사차 7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왔다는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한동안 취재진이 고비사막을 위해 무슨 거창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온 연구팀으로 어림잡으며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취재때문에 왔다고 말하기란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환경취재는 아직 어림없는 일이라는 것쯤은이미 잘 알려져 있기때문이다. 중국에서 이를 충분히 경험했다.그가 취재진들이 고비사막에 온 이유를 자꾸 되묻는다. 관광이라고 했다.믿을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관광이라고 고집했다. 수렌씨는 지난해 일본인들이 칭기즈칸의 묘를찾아준다며 몽골천지를 훑으니 결국 지질조사만 한사실이 밝혀져 추방당했다는 말을 꼭지에 달며 미심쩍은 눈길을 없애지 못한다.

오해는 서로가 한국말을 할수 있다는 사실때문에 의외로 쉽게 풀렸다. 언어의 힘이 이런 적막한 사막속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항상 웃는얼굴의 수렌씨는 어차피 둔트고비의 수도로 일컬어지는 만달고비까지 동행하며 고비사막에서 살고있는 몽골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기 때문에 언젠가 남한을 꼭 방문하고싶다고 한다. 아름다운 나라-그렇다. 몽골사람들은 한국이나 코리아 또는 조선하고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무지개라는 뜻의 몽골어 '소동고스'하면 아이들도 대번에 한국임을 안다. 몽골사람들은 한국이 무지개만큼 아름다운 나라로 알고있다. 지금 한국은 각종 공해로 환경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이들이 알면 얼마나 실망을 할까하는 생각이 들자 내심 부끄럼이 솟는다.만달고비까지의 고비사막은 끝없이 허황하기만 하다. 붉은 색깔의 꽃이 달린 울란 보뜨라를 비롯 어르 거스터나 낙체같은 식물이 마른 땅위를 마치 숭고하게 지키듯이 꽂혀있다. 울란바토르에서 120km쯤 달렸을때 처음으로 낙타를 만났다. 야생낙타였다.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을 낙타는 지난 60년에는85만9천 마리였으나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인다. 10년만인 70년에는 63만3천마리로 20여만마리 이상이 줄었고 80년에는 59만 1천마리, 90년에는 53만 7천마리다.

수렌은 이 일대가 하르노로고비라고 했다. 고비사막중에서도 전형적인 고비현상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몽골인들의 전통적인 가옥게르도 찾아보는게 좋다고 했다. 누른 초원에는 띄엄띄엄 게르가 보였지만대부분 낮시간이라 사람들이 없었다. 수렌씨에게 각종 가축들이 많은 게르를찾아 보자고 주문하니 자기가 자주 찾는 곳이 있다며 2시간을 넘게 달려 안내한다. 정말 게르의 규모도 컸고 가축들이 많았다. 마침 저녁무렵이어서 가축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게르 주위에는 오물들로 뒤덮혀 있었다.저 오물들이 고비화를 가속화 시키는 중요한 원인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사람들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중요한 생활수단이고 이까짓것이 사막화까지 촉진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몽골이 공산주의 시절에는 가축마저 개인소유가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가축을 많이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화 물결이 일고 사유재산을인정하기 시작한 이후 가축은 그 숫자가 부쩍 불어나고 있다.소의 경우 지난 60년에는 1백90만 마리였으나 계속 불어나 70년 2백10만마리였고 90년에는 2백84만 마리다. 양도 60년 1천2백10만 마리에서 90년에는 1천5백만 마리로 증가했다. 염소는 70년 4백20만 마리에서 90년에는 5백12만 마리가 됐다. 낙타를 빼고는 몽골의 중요한 가축은 전부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비사막 가운데에 위치한 도시 달란고비시는 마치 도시의 판자촌처럼 보였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꽤 규모가 큰 시중의 하나다. 둔트고비의 주정부가들어서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고비사막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있지만 당장 재원이 없어 아무것도 손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수렌씨는 지사를 만나보라고 한다. 그러나 마침 이날 지사는 대통령이 순시중이라 만날 수 없고 대신 부지사가 취재진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만나자 마자 고비사막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염려부터 한다. 그러나 이를방지할 뚜렷한 방책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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