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나는 평상에 가지 않았다. 나는 두꺼비가 두려웠다. 부엌뒷문에 숨어서 두꺼비를보았다. 그곳에서 두꺼비가 울었다. 두꺼비가 오동나무 밑에 버티고 있었다. 그놈은 작지만 험상궂게 생겼다. 뱀과 싸워도 이긴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독을 뿜는다 했다. "두꺼비와 싸워 이기는 짐승은없어. 두꺼비가 작지만 어느 짐승도 두꺼비를 잡아먹지 못해" 할머니가 말했다. 쌍침형은 두꺼비를 닮았다. 쌍침형을 처음 보았을때 나는 섬했다. 두꺼비를 본 듯 했다.후두둑. 오동나무잎에 빗발이 듣는다. 오동나무잎이 아니다. 철판을 두들기는 빗소리다. 바깥에 소나기가 오고 있다. 더위가 한결 가셨다. 물이 똑똑떨어진다. 콧등과 뺨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흘러내리는 물을 혀로 핥는다.나는 가장자리 틈을 떠올린다. 그곳으로 빛이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손을뻗는다.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갈 듯 아프다. 손가락에 빗물이 닿는다. 적신손가락을 혀로 핥는다. 목을 뽑아 본다. 닿지 않는다. 몸을 움직여본다. 꼼짝을 할 수 없다. 쥐어 짜듯 통증만 느껴진다. 나는 다시 손을 뻗는다. 적신손으로 얼굴을 훑는다. 얼굴이 돌판을 만지듯 꺼칠하다. 손바닥 물기를 입술로 빤다. 그 짓도 몇차례 하고 나자, 나는 지친다. 손을 뻗을 힘조차 없다.마지막으로 나는 틈 사이로 손을 내민다. 손을 틈으로 밀어 넣는다. 칼날 같은 것이 손등을 찢는다.손을 때리는 빗줄기가 시원하다. 그 시원한 감촉이팔을 통해 온 몸에 전달된다. 들린 팔이 무겁다. 감각이 없다. 틈에서 손을빼려한다. 손이빠지지 않는다. 의식이 가물가물 까라진다. 나는 다시 정신을 잃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무슨 소리가 흐릿하게들린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니다. 할머니의 목소리도 아니다.
"어머 , 손, 손이 보여요. 이 속에 사람이 있어요. 찾았어요!"외치는 목소리다.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트렁크 문을 열 수 없어요. 뜯어내야겠어요. 봐요, 연장을 가져 오세요"여자의 목소리다. 그 외침이 생시인지 꿈인지 알 수가 없다. 환청으로 들은 소리인지도 모른다.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지불처럼, 의식이 꺼졌다 켜졌다 한다.
"손 부터 밀어 넣으세요… 조심, 조심하세요…"
"언 놈이 여기다… 문짝을 꽝 쳐닫았군… 고물 문짝이라…"말소리가 사라진다. 후두둑. 뒤란 오동나무잎에 소낙비가 북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