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여름철. 도시 길모퉁이에 가끔 눈에 띄는 수박더미니는 대개 우리교포들의 피땀어린 정성아래 만들어진 산물이다.최근호 모스코우 타임스지조차 모스크바 거리에 잔뜩 쌓아놓은 수박풍경을묘사해 수박재배에 대한 러시아 한인교포들의 노고를 밝히고 있다.러 한인교포들은 북미에 거주하는 교포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주역사와 환경, 조건등 크게 차이가 있다. 이민세대도 3~4세대로 역사가 깊고 대부분 농사에 의존해 살고있다. 서방세계에 이주한 한인들이 주로 상업에 종사하고있는데 반해, 러시아의 경우는 거의 채소.과일등 밭농사로 생활의 터전을 잡고있다.
러시아 들에게 특히 한인의 수박재배는 깊은 인상을 주고있다. 광활한 러시아땅 어디서나 수박경작은 교포들에 의해 널리 전파되고 뿌리를 박은것으로 전해진다. 반세기 훨씬 이전 연해주 하바로프스크지역의 어느 한인은 이미 수박재배로 그곳 주지사로부터 특별상을 탄 적이 있을 정도다. 또 구소련당시 우즈베크등 중앙아시아지역과 카프카즈 지방의 우리교포들도 수박.참외로 기반을 잡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그곳에서 정주해온 우리 교포들은 여름철이면 수박을 한트럭 싣고모스크바등 큰 도시를 찾아 장거리 판매에 나선다. 계절이 지나기전 수박장사로 한 밑천을 잡자는 것이다. 그들은 온 식구를 동원해 남들은 휴가를 즐기고 있는 동안에도 도시 도로변이나 시장터 등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장사에 전념하고 있다.
이 수박장사는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지에도 마찬가지. 구소연방 곳곳에퍼져있는 한인들은 이 수박재배로 인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음은 물론, 밭농사의 성공으로 어느 다른 소수민족들보다 생활이 안정돼 있는 것으로 평판나 있다. 또 교포들의 근면함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강한 정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후 교포들의 수박장사는 과거와 달리 수익이 많지 못하다고 한다. 북 카프카즈에서 온 어느 한인은 "예전에는 한여름 모스크바에서수박으로 재미를 봤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그는 "범죄조직이 많아져 뜯기는데가 많고 위험부담률이 높아 점점 모스크바 진출을 꺼리고 있는 경향"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이익이 적더라도 밭에서 그대로 판매하는 방법을 택하는 추세로변하고 있다. 한편 공산체제가 무너진뒤 한인교포들의 직업성향이 농업에서상업으로 하나 둘 바뀌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세월이 흐를수록 모스크바에서 시골수박을 맛볼 기회가 줄어들 듯싶다. 달고 시원한 수박맛은 그대로인데.
〈모스크바.송광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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