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미 뭘 남겼나-한·미-남북관계 새전기 마련

입력 1995-07-29 22:20:00

김영삼대통령이 28일 미국을 떠났다. 그의 이번 방미는 한미관계, 특히 남북한관계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한미관계에서 이번 방미는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정과 함께 과거 미국에 대한 빚을 청산하고 앞으로 21세기를 맞아 두나라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아간다는 미래지향적 동반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남북관계에서 김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의미있는'대화 제의를 통한 주도권확보의지를 표명했으며 이에대한 클린턴대통령의지지의사를 확인, 북핵을중심으로 한 대립상황에서 극적인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이 과정에서 북한측이최근 시도하고 있는 대미평화협정 협상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라 앞으로 북미관계가 핵문제에서 평화협정 협상문제로 옮겨가는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와관련 정상회담 하루전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단과의인터뷰를 비롯 27일 정상회담직후에 가진 양국정상 공동기자회견 석상에서 "남북한간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합의가 이뤄질때까지 휴전협정은 준수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로써 김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에 관해 직접 협상하려는 기도를 일단 선언적으로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대북쌀제공으로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를 쥔 상태에서 차후 획기적인 남북대화 제의를 내놓아 대북한문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의지를 표명했다.

클린턴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사전에 알려진 내용과는 달리 "김대통령이 나에게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에 나설 결의를 표명했다"며 "미국은 그의 노력을 지지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대목은 정상회담중 김대통령이 모종의 획기적인 대북 대화 제의 계획을 밝혔으며 이에대해 클린턴대통령이 적극 찬성의뜻을 표했다는 관측을 충분히 가능케 했다. 이같은 관측은김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월스트리트 저널등 주요언론을 통해 김대통령이다음달 광복 50주년을 맞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빈번히 제기됐던 상황이어서 한층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방미기간중 양국정상은 북한핵 문제는 일단 타결됐다는 인식아래 제네바합의와 콸라룸푸르 합의내용에 대해 양국이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 표명외에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논의는 없었다.

김대통령은 특파원간담회에서 "취임후 2년이 넘도록 북핵문제에 매달려 북핵과 씨름하는데 70~80%의 정력을 쏟았다"며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줄 수도있고 국민생활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도 있어 일일이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는 문제여서 정부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고 회고하듯 술회했다. 클린턴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이 노력한 덕분에북한은 현재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국제사회의 감시아래 이미 동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방미기간중클린턴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주한미군은 한국민이 바라는 한 계속 주둔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천명했고, 김대통령은 이와관련 "동북아 안정을 위해 한반도에 미군을 전진배치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혀양국간 군사적 협력관계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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