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매일신문 창간50돌 기획시리즈-구조류

입력 1995-07-25 08:00:00

영동과 영남을 관통하며 굽이굽이 내달리는 2천여리길. 낙동강은 그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자신의품안에서 자연을 포용하고 애무해왔다. 하천,숲,토지,곤충,동식물등 무엇하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물론 인간도 자신이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간에 이 강에 기대며 살아갈수 밖에 없다.강가에 뒹구는 풀뿌리,자갈하나라도 강의 숨결과 바로 맞닿아있고,생태계를 유지하는 바탕이 된다. 우리는 자연의 신비를 하찮은 듯한 미물(미물)에서 우연찮게 발견할때 다시한번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야외로 나가 하천이나 개울에서 물에 반쯤 잠겨있는 미끈미끈한 돌을 한번만져보자. 이 미끈미끈한 돌에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이 것에서 생명력을 느낄수 있어야 자연을 보호할수 있는 기본지식을 갖추고 있노라고 장담할수 있을것이다.돌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바로 조류(조류)다. 흔히 '물이끼'라고 불리는 조류는 습기가 많은 바위,땅,숲속등에서 살아가는 이끼류와는 전혀 다르다. 물에서만 살아가는 단세포식물이다. 얼핏 별다른 쓸모가 없을듯 하지만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수계 1차 생산자

식물성 플랑크톤은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물고기가 먹고 살아가는 '양식'인것이다. 흔히 생태계를 피라미드형태로 표현하는데 그 피라미드의 제일 밑바닥을 이루고 있다. 다시말해 수계생태계의 1차생산자다.

물속의 돌을 하나 집어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끈미끈하고 황록색을 띠는게 보통이다.물속의 조류중에는 규조(규조)가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규조토는 규조가 쌓여서 만들어진 퇴적물이다. 육안으로는 확인할수 없고 전자현미경으로 5천~7천배정도 확대해야 겨우 살필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규조가 바로 수질지표의 기준이 된다는점이다. 맑은 물에서부터 더러운 물까지 폭넓게 서식하고 있는 탓에 그 분포도에따라 물의 오염여부를 알수 있다.

깨끗한 물에서는 이러한 종이 많고,더러운 물에서는 저러한 종이 많다는것을 살펴보면 정확하게 수질측정을 할수 있는 이치다. 규조는 껍질로 싸여있어 현미경을 통해 하나하나의 숫자를 셀수있고,자갈이나 돌에 붙어 살아가는 생활방식으로 인해 오랜기간 수질정보를 담고있는 장점이 있다.우리가 수질지표로써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나COD(화학적산소요구량)를 외국에서는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 수량,채집장소와 방법등 주변환경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는 BOD,COD와는 달리 규조조사는 그만큼 안정적이다. 외국에서는 공식적인 수질측정법으로 반드시 규조조사가 병행된다.

국내 첫 군집 측정

낙동강생태조사팀 이정호박사(경북대 생물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난 4월1일부터 27일까지 낙동강본류 7곳에 대해 규조군집을 조사했다.상류인 경북 봉화군 청량산,안동시 안동대교,선산군 일선교는 청수성종(청수성종)이 주류를 이뤄 맑은 물임을 보여줬다. 청수성종은 전체 규조중에서청량산에서 98.23%,안동대교 92.85%,일선교 84.90%를 나타냈다.조금 더 하류로 내려오면 상황은 단번에 뒤집힌다. 대구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오염상태는 끔찍할 정도다. 왜관읍 왜관대교는 청수성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33%에 불과해 심각한 오염상태임을 드러냈다. 반해 어느정도 오염된곳에 살아가는 저오염성종(저오염성종)이35.87%,아주 많이 오염된 곳에 살아가는 강오염성종(강오염성종)이 33.80%였다. 낙동강으로 마구 쏟아져 나오는 구미공단의 폐수가 원인이다.

낙동강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금호강과 합류직후 지점인 대구시 달성군사문진교(화원유원지부근)도 청수성종은 29.70%에 불과했다. 저오염성종은37.17%,강오염성은 33.13%의 비율을 보였다. 거대한 하수구를 이루는 금호강의 '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류로 갈수록 오염이 심각한 상태지만 금호강보다는 한결 나은 편이다.물이 강을 따라 흘러 내려오면서 스스로정화작용을 수행하고 회천 황강등각종오염이 덜 된 맑은 지류가 합류된 때문이다.

경남남지 낙동가교는 청수성종이 63.78%,저오염성13.18%,강오염성23.04%를 나타냈다.

하류 오염 가속화

낙동강의 최하류인 부산시 북구 구포의 측정결과도 비참하다. 청수성종이39.54%,저오염성 40.25%,강오염성 20.21%로 조사돼 양산공단의 폐수,오염된양산천 밀양강의 합류등이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번 규조류조사결과 낙동강 중상류는 2급수이상의 비교적 괜찮은 수질을 보였으나 구미 왜관을 거쳐 대구에서 부산까지의 하류는 병든 하천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이정호교수는 "낙동강전체에 대한 규조군집조사가 국내에서 이제 처음 이루어지고 있다는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생물피라미드의 제일 밑바닥인식물성플랑크톤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국내에서 생태계전반에걸친 연구가 전무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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