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푸른나무151-제6장 두더지는 땅을 판다30

입력 1995-07-21 08:00:00

나는 혼자 옥상으로 돌아온다. 닭모이를 준다.채소밭을 본다. 토마토는다 따먹었다. 줄기만 무성하다. 고추는 너무 많이 달렸다. 붉게 익은 고추도있다. 상추는 키가 너무 커버렸다. 상추잎은 먹을수가 없다. 씨 맺기가 한창이다. 나는 상추와 토마토를 모두 뽑아낸다. 토마토는 진한 향기가 난다. 비릿한 내음이다. 상추는 줄기가 꺾일 때 흰 물이 나온다. 젖같은 액체다. 뿌리의 흙을 턴다. 가을용 배추씨라도 뿌렸으면 좋겠다. 어린 배추잎은 겉절이를 해먹을 수 있다. 아우라지에 살때 할머니는 겉절이로 비벼 먹기를 좋아했다. 겉절이 비빔밥은 된장국을 풀어야 맛이 난다.도시의 지붕위로 해가진다. 서편 하늘에 긴 노을이 펼쳐진다. 낮동안 찌던더위도 한풀 꺾인다. 기요와 짱구는 돌아오지 않는다. 당구장에서 포켓볼을칠런지 모른다. 식구들은 그 게임으로 내기를 걸었다. 기요는 전자오락실을좋아했다. 거기에 붙어 있을수도 있다. 둘이 쪽방 동네로 간지 모른다. 그곳에서 애띤 계집애들을 후려 그짓을 할런지 모른다. 둘이 살던 쪽방에는 새끼다섯이 자취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할일이 없다. 텔레비젼을 켠다. 화면에 넓은 강당이 나온다. 붙여 놓은 책상위에 투표함이 줄을 섰다. 개표 종사원과 참관인들이 와글거린다. 재미가 없다. 나는 리모콘으로 채널을 옮긴다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냉장고위에 있는 만화책을 펼친다. 그림만 보고 책장을 넘긴다. 조폭들의 패싸움 이야기같다. 기관총이 나온다. 눈이 큰 여자도 나온다. 사랑도 하고 자주 운다.

기요와 짱구가 돌아오기는 밤이 깊어서다. 둘은 술에 취해있다. 풀이 죽었다. 기요가 비닐봉지에서 치킨곽과 소주 한병을 꺼낸다. 그가 닭다리를 찢어내게 준다. 나는 저녁 밥을 굶었다. 기요가 텔레비젼을 켠다. 숫자가 나온다. 아나운서가서울시장 득표 현황을 읊는다. 짱구가 듣기 싫다며 끄라고말한다.

"역시 여당 프레미엄은 무시 못해"기요가 말한다. 텔레비젼 화면을 지운다.

"윤과 곽이 박치기를 했잖아"

짱구가 분개한다. 이빨로 소주병 마개를 딴다. 플라스틱컵에 술을 친다."윤 떨어졌어?"

내가 묻는다.

"떨어지고 있다"기요가 대답한다.

이튿날이다.

윤은 종성시 시장 선거에서 낙선되었다. 박이 일등, 곽이 이등, 윤이 삼등했다. 세 후보 표차가 근소하다고 짱구가 말했다. 그날 저녁, 육번 룸에 최상무와 간부 식구들이 밀려든다.끈패 셋도 끼인다. 나는 그들이 축배를 드는 것을 본다. 작전에 성공했다고 끈이 말한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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