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68-제6장 두더지는 땅을 판다29

입력 1995-07-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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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이다.옥상 가건물에 사는 식구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투표하라는 종이쪽을 가진 자가 없다. 객지신세라 투표권이 없다고 짱구가 말한다.우리는 옥상에서 내려온다. 거리가 휑하니 비었다. 명절날 아침 같다.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가정집 밥집도 문이 닫혔다. 우리 셋은 24시 편의점을 찾는다. 컵라면과 우유로 아침 식사를 때운다. 기요가 과자를 산다. 우리는 옥상으로 돌아온다. 새우깡을 질겅거리며 텔레비전을 본다. 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이 띠를 이루고 있다. 방송 리포터가 아주머니 유권자와 인터뷰를 한다. 아주머니는 지역사회 발전에 힘써 줄 양심적인 일꾼을 찍겠다고 말한다. 정당 대변인이 화면에 나온다. 정당 대변인은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심판을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어느 대변인은 전쟁이 끝났다고 말한다. 그동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등산복 차림의 삼십대 남자가 화면에 나온다.아기를 목마태우고 있다. 새벽에 투표하고 모처럼 가족과 들놀이에 나섰다고말한다. 색색 옷에 색색 모자를 쓴 젊은 패거리가 배낭을 메고 간다. 리포터가 여자를 잡고 투표를 했냐고 묻는다. 여자가 손으로 화면을 가린다. 깔깔거리고 웃는다. 몇은 화면 뒤쪽으로 달아난다.

기요와 짱구는 종성시 시장 선거에 관심이 많다. 텔레비젼에 그 이야기는나오지 않는다. 기요가 졸기 시작한다. 그는 전기장판에 눕는다. 잠을 잔다.낮쯤, 우리 셋은 옥상에서 내려온다. 오토바이를 타고 굴집 동네로 간다.버스 종점위 골목길에 회색 꼬마 차가 보이지 않는다. 경주씨가 사는 집에들른다. 경주씨가 없다. 주인 아주머니 말이 경주씨가 방을 구하러 나갔다는것이다. 우리는 연립주택 쪽으로간다. 투표를 하고 언덕 길을 오르는 중년남자 둘이 말한다. "윤씨가 될까. 그래야 여기 재개발도 숨통을 틀건데" "기반이 약해 힘들거야" "난 윤씨를 찍었어" "난 곽인데" 두 사람이 멀어진다."가망이 있겠는 걸"

기요가 말한다. 짱구가 구멍가게에 들른다. 카스테라 봉지와 우유팩을 내게 준다.

우리는 연립주택 십이동 모퉁이에서 멈춘다. 짱구가 출입구 망을 잘 보라고 내게 말한다. 둘은 나를 남겨두고 가버린다. 나는 어제 그 자리를 떠나지않고 지킨다. 출입문으로 많은 사람이 들랑거린다. 꺽다리와 꼬마는 볼 수없다. 분홍색 승용차도 없다. 저녁 무렵이다. 기요 혼자만 오토바이를 타고온다. 나는 오토바이 뒤에 실려 시내로 들어온다. 길거리에 사람이 늘어났다. 공휴일이라 단란주점은 하루를 쉰다. 기요는 나를 호텔 앞에 내려 놓는다. 나를 보고 옥상에 가 있으라고 말한다. 그는 오토바이를 몰고 어디론가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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