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을 상대로 대북쌀지원 문제를 집중 추궁한 14일 국회통일외무위는문민정부 출범직후부터 시비에 오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부정적 시각이 응축된 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려왔던 여야의원들은 마치 시한부 연대결의라도 한듯 소속정당을 구분할 수 없을만큼 한목소리로 정부의 실정을 질타했다.
특히 일부 민자당의원은 동료이자 몇달전까지만해도 통일외무위원장을 지낸 나웅배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을 비롯한 정부관계자 인책론까지 제기해 대북정책 전반에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여야의원이 지적한 대북 쌀지원의 문제점은 북경회담에서부터 인공기게양사건, 그리고 사후처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과정을 망라했다.한마디로 대북쌀문제에 관해서는 협상대표 선정에서부터 정부가 어느 한부분도 잘한 것이 없다는 인식으로 나타났다.
이세기의원(민자)은 "세계화는 전문가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북경회담에 남북문제 비전문가인이석채재경원차관을 협상대표로 선정한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남궁진의원(민주)도 "재경원차관이 나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남북회담에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이의원 지적에 동감을 표시했다.남궁의원은 "정부가 인공기게양사건이 발생한 직후 사후처리에서도 미숙함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항의전문과 북한 사과문은 국민에게 공개했어야 마땅했다"면서"6월28일 통일업무를 주관하는 통일부총리가 항의전문을 보냈는데도 하루뒤에 이석채차관이 항의문을 또 보낸 것은 위계질서에도 맞지 않다"고 추궁했다.
안무혁의원(민자)은 인공기게양사건을 집중 거론하면서 "47시간동안 우리주권을 포기하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양측대표가 구두합의로 국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한 것은 1백50만 대군이 대치하고 있는 남북관계에서 역사적으로 기록돼야 할 사건인데도 기록조차 남겨두지않았다"며 "도대체 북한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보는 것이냐"고미숙한 대북협상자세를 성토했다.
안의원은 특히 인공기게양사건직후 47시간동안 우리 정부와 쌀수송선간에연락조차 두절됐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정부의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조사해서 국민앞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추궁했다.이만섭의원(민자)은 "아직도 외국쌀을 수입해서라도 북한을 지원하겠다는정부의 방침인지 분명히해달라"고 명확한 태도표명을 요구했으며 이종찬의원(민주)은 "7·4공동성명때처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고 한다면 앞으로도 이런실수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일침.
이날 질의에서 안무혁의원은 대북 쌀지원을 둘러싼 북한과 일본의 전략과의도를 날카롭게 분석한 배경설명을 곁들여 동료의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안의원은 "북한 쌀문제와 관련해서 그동안 정보를 수집했는데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서 "우리가 북한과 일본의 큰 전략 틀속에서 놀아났다는 모멸감을감출수 없다"고 쌀문제와 관련 북·일양측의 막후접촉과 전략을 소개.안의원에 따르면 북한 입장에서는 김정일체제 안정과 경제위기극복을 위해핵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일수교를 급속히 진전시킬 필요가 있었고 일본은 소선거구제 개편에 따른 총선과 자민당 총재 선출등을 앞둔 일부 정치인들의 이해가 서로 맞물려 작용한 것이 쌀문제라는 것이다.안의원은 북한측이 50억달러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일청구권 문제가 걸려 있는 일·북수교협상 재개를 위한 접촉대상이 가토 일자민당정조회장, 고노외상,그리고 최근 망언을 한 와타나베전부총리겸외상등 3인을 지목하면서 일·북수교를 겨냥한 일본기업인의 로비와 정치자금도 깊은 연관이있다고 주장.
이러한 안의원의 설명에 대해 오세응위원장은 "제가 생각한 배경과 99% 맞아들어간다"며 "안의원의 배경설명에 동감하고 있다는 것을 속기록에 남기겠다"고 동조했으며 이부영의원은 "감명깊게 들었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나웅배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여야의원들의강도높은 비판에 일부 미흡한 점을 시인하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나 대북쌀지원을 하게 된 정부의인도적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나부총리는 인공기게양 사건과 관련, "양측 국기를 모두 게양치 않기로 했으나 그것이 구두합의였기에 전달과정에서 정확히 되지 않았다"며 "국민에게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6월25일 선박을 급히 출항시킨 이유는 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이미 도정과 포장을 거쳐 선박에 실어놓는등 준비가 돼있는 만큼 그대로 보낸것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궁색한 인상.
나부총리는 "북한이 쌀 1만t 정도는 빨리 받기를 원했고 우리도 일본쌀보다는 빨리 보내기를 원해 첫출항은 예외로 인정키로 했다"면서 "출항 당일선박의 재원등을 통보했고 북측으로부터 하역장소등을 연락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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