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46-제6장 두더지는 땅을 판다

입력 1995-07-15 08:00:00

기요와 짱구가 오기는 시간이 많이 지난 뒤다. 연립주택 건물 그늘이 앞마당에 길게 내렸을 때다. 나는 그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을 않았다. 오줌도 돌아서서 건물 벽에 누었다. 그동안 여러사람들이 출입문을 들랑거렸다. 나는그 사람들을 다 셀 수 없다. 꼬마 패는 돌아오지 않았다."봤어? 꺽다리와 꼬마?"

오토바이를 세우며 기요가 묻는다.

"봤어. 꼬마"

"언제?"

"언제? 낮에 봤어"

"꺽다리는 없었구?"

짱구가 묻는다.

"없었어. 셋이었어"

"어디로 가든?"

"갔어. 차 몰고. 분홍색 차"

"분홍색 차?"

"그래. 분홍색 차"

"밤에 뛰고 아침에 자나봐"

기요가 짱구에게 말한다.

"앞으론 단란주점 끝날 때나 낮에 오도록 하지"

짱구가 말한다. 짱구가 나를 보고 타라고 말한다. 나는 짱구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다. 오토바이가 굴집 동네를 떠난다. 폐차장 앞을 지난다."너 뭘 좀 먹었니?"

짱구가 묻는다.

"안먹었어"

"채리누나가 용돈 안주던? 빵이라도 사먹지 그래?"

"안사먹었어. 꼼짝말고 있으라고…"

"알았어. 한심한 친구"

짱구가 더 말하지 않는다. 나는 돈이 있다. 청바지 새끼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경주씨가 차비하라며 준 돈이다. 채리누나가 준 돈도 있다. 채리누나는내가 심부름 하고 오면, 잔돈을 "너 가져"했다.

오토바이가 시내로 들어온다. 황금호텔 뒤로 간다. 주차장에다 오토바이를세운다. 짱구가 나를 데리고 분식점으로 간다. 더러 와본 분식점이다."마두 라면 곱뻬기로 주슈"

짱구가 말한다. 주머니에 돈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준다. 짱구가 라면 먹고단란주점에 가있으라고 내게 말한다. 나는 밖을 내다본다. 기요와 짱구가 대진상사로 들어간다. 나는 라면을 허겁지겁 먹는다. 국물까지 마셔버린다. 나는 얼굴의 땀을 닦는다. 아주머니가 벽걸이 선풍기를 내쪽으로 돌려준다. 바람이 시원하다.

"배가 몹시 고팠나 봐"

아주머니가 말한다. 배가 얼마나 고팠겠어. 시렁에 있는 감자 먹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할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할머니는 여량장에 열무단을 팔고 돌아왔다. 감나무가 마당에 길게 그늘을 내렸을 때였다. 할머니가 우선허기를 끄라며 감자 세 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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