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최근 영국의사들이 거의 50년째 지속되어온의무적 왕진제도를 바꾸기 위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모든 의료비가 국가재정에서 지출되어 환자 개인 부담금은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가히의료 복지국이라 할만한 영국에서 의사들이 이같이 강도 높게 불만표출을 하는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국립 의료제도(NHS)인 이곳에서 일반 개업의들은 독자적인 지위를 보장받고 있긴 하나 수입의 대부분을 국가로 부터 직접 제공받는 일종의 공의역할을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개원의들이 정부와 맺는 계약조건중 24시간 왕진조항. 실제 영국의 모든 일반의들은 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24시간 언제라도 왕진을 가야한다. 그러나 지난 몇년사이 의료환경의 변화와 환자 권리의식의 신장으로 왕진요청률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 견디다 못한 의사들이 '쉴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선것.최근 '왕진백서'를 펴낸 영국의학협회에 따르면 평균 10번의 왕진 요청중실제 꼭 필요한 경우는 한두번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밤중에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다고 와 달라는 환자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애완동물을 보아 달라는왕진요청까지 있다고 의학협회는 밝히고 있다.
물론 왕진시 정부로부터 상당한 왕진료가 지급되긴하나 의사들은 보수가문제가 아니라 의사에게 가해지는 지나친 업무 부담이 환자에게도 좋을 것이없다는 입장이다. 의사단체는 스스로 원하는 경우에만 왕진계약을 맺고 야간왕진만 전담하는 조직을 따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집단 개원의들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지만 혼자서 개원하는 시골의 개원의사들은 만성피로와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측은전국평균으로 보면 왕진건수는 한달에 약 9건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의료인들이 그 정도 의무는 감수해야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한편 종합병원 근무 전문의들은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일반의들의 왕진거부로 설령 병원 근무 의사들의 일손이 바빠진다 하더라도 일반의사들을 지지하겠다고 밝혀 의사들의 단결이 확고함을 과시했다. 새로 임명된 스티븐 도렐 보건장관은 왕진문제해결의 열쇠는 의사들의 양보정신이라고 천명하면서사태의 조기 수습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밤중에 얼굴에 돋은 여드름을 만지작거리며 "거울아, 거울아, 의사더러 와달라고 할까? 말까?"하는 내용으로환자들에게 왕진요청을 신중히 해줄것을 요청하는 포스터가 조만간 병원 대기실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옥스퍼드·권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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