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인과란 말이 실감나는 때는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인과라는 말을 어떤 형용사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겨울밤 산중에 살다보면 눈이 나릴 때가 있다. 흰 눈을 한 움큼 집어보면그 정결함에 어떤 운치를 절감한다. 그러나 밤새도록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에는 어김없이 설해목이 생긴다. 몇 십년 묵은 왕소나무가 눈을 이기지 못해가지가 찢어지고 어떤 때는 나무 허리가 두동강 나기도 한다. 한 잎 한 잎나린 눈의 무게에 꺾여지는 왕소나무를 볼 때 이 무슨 자연의 장난이랴 싶다.우리네 사람들의 평소한 순간 한 순간의 생각들이 모여 일상 생활이 된다. 그 작은 생각이 바로 인간의 운명이 된다.
오늘날 우리가 충격적으로 당하고 있는 대형 사고들을 엄밀히 살펴보면 그것은 모두 우리들 스스로가 만든 업보이다. 너무나 황량스럽기 짝이 없는 치욕적인 인과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어느 것 하나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하늘이 주는 재앙도 아니고 어느 신의 장난도 더욱 아니다. 오직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받는 이치를 외면할 수 없지 않은가.
이 세상 아니라 저 세상 어디에도 인과를 벗어날 곳은 없다.인과란 과학을 뛰어넘은 과학이요, 철학을 앞서가는 우주의 법칙이요 섭리이다. 누가 인과의 철칙을 외면하랴.
인과, 그것은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삶의 원리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홍법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