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60)

입력 1995-07-11 08:00:00

"그래, 투서했어요. 신문사까지 쫙 돌리려다 그 짓은 치사해서 그만뒀어요. 왜, 고발 내용에 거짓말이라도 있던가요? 뭐가 잘못됐어요!"경주씨가 대든다. 손을 허리에 걸치고 턱을 처든다. 문간방 방문이 열린다. 노인이 눈을 껌벅이며 내다본다. 싸움소리에 놀란 얼굴이다."원장이 구속됐어. 복지원이 문 닫게 됐단 말이야! 네 년도 월급받아 먹은 직장 아냐. 잘렸다고고발해? 누가 운동권 출신 아니랄까봐. 빨갱이년을그냥 둘 수 없어!"하마가 경주씨의 멱살을 틀어쥔다. 패대기라도 칠 기세다. 나는 싸움을 말리고 싶다. 입에 침이 마른다. 짱구를 본다. 짱구는 하마를 쏘아보고만 있다.

"시 보조금 떼먹고, 후원금 착복하고, 장애자들 배 곯렸으니 원장이야말로 구속돼도 싸지. 파렴치한보다 더 못한 종자 아냐. 그 밑에 빌붙은 기생충인 당신들도 마찬가지구…"

경주씨가 더 말을 잊지 못한다. 하마가 경주씨의 뺨을 철썩 때린 것이다.한종씨는 뒷전에서 보고만 서 있다.

"야, 이 씹새끼야, 너 폭력 썼어? 어따대고 손질이야?"

드디오 짱구가 나선다. 그는 경주씨 멱살쥔 하마의 손을 친다. 둘 사이로끼여든다.

"넌 누구야?"

하마가 짱구의 쌍소리와 기세에 흠칫한다.

"누구든 말든, 왜 여자를 쳐!이 새끼, 오늘 잘 걸렸다. 내가 아주 배때기에 바람 구멍을 내주마"

짱구가 큰 머리를 맘보 턱 밑에 들이민다. 짱구가 잽싸게 맘보의 뒤축을걸며 목아지를 밀어버린다. 눈 깜빡할 사이다. 맘보의 큰 덩치가 뒤로 나자빠진다. 짱구가 발길질로 맘보의 손을 찬다. 방망이가 축구공처럼 날아가버린다. 짱구가 재빨리 왼쪽 바지 가랭이에서 칼을 빼내든다. 대나무칼을 하마에게 겨눈다. 나는 그 칼을 옥상 가건물에 숨겨두었다.

"이걸론 안되겠어. 마두야, 오토바이 쿠션 밑에 사시미칼 꺼내 와. 씹새끼, 양쪽 손가락을 모두 오리발로 만들어주마!" 짱구가 대나무칼을 양말에다시 꽂는다. 체크무늬 남방을 벗어재낀다. 그가 한종씨를 본다. "너 토끼지 마. 네놈도 그냥 둘 수 없어. 보자하니 복지원 원장 똘마닌 모양인데, 네놈도 조져버리겠어!"

하마가 엉거주춤 일어난다. 짱구의 거친 기세에 놀란다. 아무 말도 못한다. 나는 오토바이 쪽으로 가지 않는다. 짱구는 쿠션에 회칼을 숨겼을 것이다. 기요 오토바이도 그랬다. 회칼을 꺼내 올수가 없다. 겁이 난다. 짱구가오토바이 쪽으로 뛴다.

"이봐요, 그러심 안돼요"

경주씨가 나선다. 뺨이 벌겋게 부풀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