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철 9단은 70이 넘은 지금도 변함없는 애연가다. 몸무게는 50㎏도 안돼보이고 바람만 조금 심하게 불어도 날아갈 것같은 깡마른 체격이라 본인 스스로도 늘 "건강이 시원찮다"고 말하고 주변에서도 조9단을 만나면 건강부터묻곤 하지만 그렇다고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 것같다. 젊었을 때 단전호흡을 익혀둔 덕분이라고 한다.조9단이, 필터에 빨간 테가 둘러진 이브생로랑을 물고 가끔씩 흰연기를 조용히 뿜어내며 지난 날을 반추하는 모습을 보면 한 시대를 풍미한 노신사의풍류 같은 것이저절로 느껴진다. 그럴 때 담배는 정말 그럴듯한 소도구가된다. 이 세상에서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데에는건강이상의 그 무엇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희중 8단은 건강상태에 따라 피웠다 끊었다를 반복조절하는 스타일. 남들은 담배를 끊으려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고 온갖 고생을 한다고 하건만 속기의 달인 김8단은이 방면에서도 전광석화의 속도와 단호한 결단력을발휘해 어느날 우연히 담배를 권하면 씩 웃으며 "나, 담배 끊었어요"하는가하면 그러다가 또 어느날 보면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이편에서 고개를 갸우뚱할라치면 김8단은 파안대소하며 "의삭 괜찮다고 해서요"라고 '해명'을 해 준다.
조훈현 9단은 체인스모커로 유명하지만 대개는 몇 모금 빨고 끄는 스타일이어서 실제 양은 그리 많지 않다. 20년가까이 '장미'하나를 고집하고 있다. 요즘은 사기가 쉽지 않아 아예 한번에 몇 박스씩을 구입한다.서봉수 9단은 담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담배가 없이는 못사는 사람.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담배가 없으면 심심해서어떡하냐고 한다. 하루종일 사탕을 빨 수 도 없는 노릇이고 껌을 씹을 수도없지 않느냐고 한다. 그래서 '구름과자'같은 것이 나오면 얼마나 좋겠냐고 '탄식(?)'을 하곤 한다. 담배처럼 빨 수도 있고 연기도 나지만 니코틴이나 타르같은 해독물질은 없는 그런 담배는 왜 나오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면서….〈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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