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가 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 수량 적은 내가 뱀처럼 꼬아 흐른다. 물이 꺼멓고 기름지다. 폐수다. 그 물이 한강으로 흘러든다. 둑 아래 미나리밭이 있다. 더러운 물을 먹고 자라는 미나리다. 아우라지에도 미나리밭이 있었다. 미나리를 맑은 물에서 키웠다. 할머니는 비빔밥을 좋아했다. -미나리 무쳐 보리밥에 비벼먹자. 참기름 듬뿍 치고 깨소금 뿌려. 할머니가 말했다. 보리밥 한 숟가락을 뜨면 푸른 미나리가 섞여 있었다. 입속에서 보리알은 뭉개졌다. 미나리는 사각사각 끊겼다. 미나리는 나박김치 담글 때도 넣는다.폐차장이 보인다. 쭈그러진 차들이 집채로 쌓여 있다. 창문이 깨어졌다.전조등이 눈을 잃었다. 앞 덮개가 쭈그러졌다. 옆구리가 터졌다. 꽁무니가내려앉고 뒷 덮개가 떨어져 나갔다.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일꾼들이 차를부수고 있다. 내장을 통째 뜯어낸다.
굴집 동네가 보인다. 폐차 같은 집들이다. 언덕빼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앞쪽에는 연립주택 여러동이있다. 겹으로 늘어섰다. 버스 한대가 굴집동네에서 나온다. 버스가 옆으로 지나간다. 사람들이 짐짝처럼 실려있다. 눈에 익은 풍경이다. 경찰차를 타고 장애복지원으로 갈 때 보았다. 복지원은여기서 멀지 않다.
오토바이가 연립주택 사잇길로 들어간다. 공터가 나온다. 빈 버스 두 대가멈춰 있다. 버스 종점이다. 기요 오토바이가 앞장을 선다.
"저거 노 차 아냐, 아직 안 나갔나봐"
기요가 말한다. 회색 꼬마차다. 공터 한켠에 멈춰있다. 소형 승용차들이나라비를 섰다.오토바이가 골목길로 들어선다. 더이상 차는 못 올라간다.소방도로가 나있지 않다. 좁은 골목이 언덕을 탄다. 기요가 뒤돌아 본다. 꽁치집에 들렀다 갈까 하고 기요가 말한다.
"내가 들리마. 넌 연립주택 망봐. 조금 있다 거기로 갈께"
짱구가 말한다. 기요가 오토바이를 왼쪽으로 꺾는다. 짱구가 오토바이를세운다. 연쇄점앞이다. 짱구가 연쇄점으로 들어간다. 라면 한박스를 들고나온다. 라면박스를 나에게 안긴다. 오토바이가 언덕길로 오른다. 언덕길로연탄실은 수레가 올라간다. 청소수레가 멈칫거리며 내려온다. 환경미화원이수레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발을 뻗댄다. 수레뒤쪽에 댄 폐타이어가 비탈진땅에 끌린다. 오토바이가 골목길을 이리저리 굽어돈다. 굴집들은 나지막하다. 마당이 제대로 없다. 담도 없다. 골목길에는 연탄재가 쌓여 있다. 좁은골목길에 아이들이 뛰논다. 어떤굴집 마당으로 짱구가 오토바이를 밀어 넣는다. 짱구가 헬멧과 색안경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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