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 이용 통신예의지국 명예를 찾자

입력 1995-07-06 00:00:00

그러나 문제는 에티켓이다. 세계인과 접촉하는데는 사이버스페이스(가상현실)에 걸맞은 예의범절(PC통신상에는 네티켓이라고 한다)이 필요하다. 인터네트에서 한국인사용자는 네티켓결핍으로 악명이 높다.느닷없이 대화에끼어들었다 한마디만 불쑥 던진채 사라지는가하면(짧은 영어실력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게시판에 미국영화에서나 들을수 있는 욕설 1~2마디만 적어놓기가 예사다.자신만이 마치 사이버스페이스의 주인인 것처럼 토론에 참가해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 주장만을 마구잡이로 내세우는 것도 한국사람만의 강점(?)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생면부지의 상대방과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몸에 배어있지 않은 한국적 사고탓이다.항상 고운말을 사용하며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고 상대방의 접속시간을 줄여주는 것은네티켓의 기본이다. 이같은 네티켓에 충실한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통신인들은 "세계를 '한 시민'으로 연결하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일부 통신인의 행동은 한국전체 이미지를 떨어뜨려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이같은 현상은 올해초천리안,나우누리등 국내PC통신망이 인터네트서비스를 개시해 일반인의 이용이 수월해지면서 이용자가 일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물론 한국인만 네티켓결핍으로 비난받는 것은 아니다. 94년 미국의 3대통신망이 인터네트서비스를 개시하자 수백만명의 가입자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때문에 인터네트에서는 에티켓과 사용습관에 따라 사용자를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는 '은어'가 있다.

우선 '햇병아리형'. 태어나서 처음 네트워크에 접속하거나 인터네트의 초보자수준에 머물고 있는 통신인을 말한다. 이리저리 사이트를 접속, 메뉴만훑어보고 그냥 빠져나가는 유형이다. 대화나 토론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콧등에 땀만 흘리는게 보통이다.

'다혈질형'은 네티켓결핍의 대표격이다. 의미가 없는 주제나 개인을 헐뜯고 모욕하는 일에 열을 올리는 유형이다. 자신의 편견에 사로잡혀 쉴새없이글을 올리는데 강하다. 그것도 지치지도 않고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싸움꾼형'은 항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통신인. 항상 이슈를 부각시켜놓고 제일 열심히 논쟁에 참여해 '공명심'에 집착하는 형이다. 논리가 정연한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다른 핵심이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창녀론''섹스론'으로 유명한 컴퓨터계의 악동 '김완섭'쯤이라고나 할까.'어둠의 자식형'은 영원한 미성년자를 뜻한다. 섹스와 관련된 WWW를 찾아인터네트의 바다를 허우적거리는 형이다.

'동문서답형'은 주제와 전혀 관련없는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통신인이다.일종의 장난기 가득한 악동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미아찾기게시판에 "우리 호순이'개이름' 찾아주세요"라고 적기를 좋아하는 유형.'구두쇠형'은 월 이용료가 아까워 전자메일계정을 갖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ID나 전화를 사용하기에 급급한 유형이고,'잠수함형'은 특정주제토론에기웃거리지만 절대로 의견 참여를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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