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현자)는 한 잎의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세상의 변화를 안다고한다.며칠전 우리 국민들은 전대미문의 엄청난 참사를 보았다. 다름아닌 한국의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핵심이랄 수 있는 강남의 삼풍 백화점이 어이없이 붕괴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사고 현장에서 우리네 삶의 모든 현상적 징후를읽었다면 그건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먼저 사고난 당일날이다. 중계에 나선 TV 아나운서는 물론이고 인터뷰에응한 대개의 사람들이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고 한다면 혼자만의 착시현상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우스운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고 한심해서. 허탈하고기막혀서. 이게 어디 한두 번인가. 다시는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작금에 어떻게이 비극을 비극으로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어처구니가 없을 뿐. 코미디도 이런 저질코미디는 다시 없을 것이다. 그 실소는 뿌리깊은 불신감의무의식적 표출인 것이다.
두번째는 그 상징성이다. 삼풍백화점은 부유층과 중산층을 상대하는 고급백화점이다. 그백화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바로 그것은 우리 사회의한 상징성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 행태, 국산보다는 외제, 실속보다는과시가 판을 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듣기에 당시 1층에선 보석전이열렸다던가. 그처럼 호화스런 백화점이 한순간에 무너진 건 바로 우리네 경제의 위기를 의미한다. 외화내빈, 겉은 호화스럽고 거대해도 속이 비고 내실을 다지지 않는 경제는 언젠가 그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세번째는 사고 수습에서 보인 무질서이다. 바로 그것은 우리나라의 정치력과 행정력이 얼마나 엉망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평소에 국민위에 군림하고 떵떵거리다가도 실제 일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제대로 하는 게없다. 모두 우왕좌왕, 갈팡질팡이다.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여태 이런정부를 믿고 꼬박꼬박 세금을 바친 게 억울할 따름이다. 정말 잘못돼도 이만저만 잘못된 게 아니다.
그러나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우리에겐 한가닥 희망이 남아 있다. 모두들 벅찬 감동으로 보았을 것이다. 인명 구조를 위해 나선 자원 봉사자들의 그 치열한 살신성인의 정신을. 그들은 자신의 생명마저도외시한 채 며칠 낮 며칠 밤을 오직 한 마음,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사투를 벌였다. 먼 강원도에서, 혹은 대구에서까지 달려와, 아무런강요도 대가도 없이, 살가죽 맨 손으로 철근과 콘크리트의 지옥을 뚫으며.이 의로운 정신, 뜨거운 희생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아직은 희망이 남아 있다는 가장 큰 증거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의 손에달려 있다. 이런 자발적인 참여 의사와 너와 나를 뛰어넘는 희생적인 행동이 있는 한 우리 민족은 세계의 주인공이 될자격이 있는 것이다.
삼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이번 사고는 분명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귀중한 보감이 될 것임을 국민들은 믿어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