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19)

입력 1995-07-04 08:00:00

상추는 너무 많이 자랐다. 나는 날마다 상추와 고추를 단란주점으로 날랐다. 상추는 우리 식구들이 다 먹지못해 겉잎이 억세어졌다. 옥상은 햇빛이오래 들기 때문이다. 고추도 마찬가지다. 자지만큼 커졌다. 상추와 고추를주방아줌마에게 나누어주었다. 두 분 다 고마워했다. 토마토 열매도 오리알만큼 커졌다. 붉은 빛이 돈다. 기요가 세 개를 따먹었다. 토마토 줄기가 휘어져 버팀목을 세웠다. 상추 겉잎은 닭 먹이로 주었다. 철쭉나무도 잎이 무성하다. 이제 힘차게 새 가지를 뻗는다.나는 화단에 물을 흠뻑 준다. 그 일을 마친다. 세수를 하고 발을 씻는다.가건물로 들어온다. 휠체어에 앉는다. 텔레비전을 켠다. 마지막 뉴스 시간이다. 아나운서가 선거 이야기를 한다. 각 지방 선거 소식을 전한다. 많은 입후보자의 얼굴이 나온다. 그들의 연설 장면이 나온다. 그들이 시민들과 웃으며 악수한다. 허리 깊숙이 숙여 절을 한다. 식구들이 형님들한테 하듯 한다.그들의연설 장면이 나온다. 주먹을 휘두르며 큰 소리친다. 잠바뙈기 윤은 나오지 않는다. 윗몸에 띠를 걸친 선거 자원봉사자들이 나온다. 홍보물을 돌린다. 시민들에게 절을 한다. 경주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텔레비전 뉴스가 끝난다. 애국가가 흐른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마라톤 선수 황영조가 골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두산 천지가 보인다.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다. 화면에는 아무 그림도 나오지 않는다. 흰 줄만 퍼뜩인다. 나는텔레비전 화면을 없앤다. 할 일이 없다. 면바지를 벗는다. 구석자리에 눕는다. 면바지와 반소매 검정 셔츠는 채리누나가 사준 옷이다. 팬츠는 경주씨가선물로 주었다. 흥부식당에 있을 때다. 인희엄마가 생각난다. 그네의 음모가떠오른다. 구멍 입구, 붉은 살은 부드러웠다. 혀보다, 조갯살보다 말랑했다.혀로 핥아 줘. 그래, 그래, 깊이 넣어서. 인희엄마가 콧소리로 말했다. 금호장 이층방에서다. 형광등 불빛이너무 밝았다. 나는 불을 꺼달라는 말을 못했다. 어느새 내 아랫도ㄹ; 그것이 힘을 세운다. 홑이불을 끌어다 허리를 덮는다. 그날 이후, 인희엄마는 오지 않았다. 인희와 미미가 보고싶다. 나는하품을 한다. 눈꺼풀이 무겁다. 잠은 오지 않는다. 사위가 고즈넉하다.계단으로 오르는 발소리가 들린다. 기요와 짱구의 말소리가 들린다. 쇠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라는 기요의 목소리다. 내가 빗장을 벗겨 문을 열어준다. 둘이 가건물로 들어온다. 기요가 비닐 주머니를 들고 있다. 비닐주머니에서 맥주 병을 꺼낸다. 세 병이다. 콜라 한병, 오징어 한 마리도 들어있다.기요가 책상에서 컵 세 개를 탁자로 가져온다. 둘의 얼굴이 불콰하다. 소주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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