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세포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고 계속 떨어져 나가는 근육 '디스트로피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신체장애를 겪으면서도 전혀 좌절않고 꿋꿋이 농촌을지키며 살아가는 권오웅씨(36·안동시 예안면 정산리 630의12).안동댐 뱃길 건너 예안면 기시리가 고향인 권씨는 선천성 벙어리인 아버지권무섭씨(68·농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10세때 어머니마저 37세의 나이로6남매를 남겨둔채 세상을 떴다.말도 못하는 아버지가 죽도록 농사를 지어도 식구들은 밥한끼 배불리 먹을수 없는 찢어진 가난속에서도 권씨는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이번엔 살림을 도맡아 해오던 큰누나가 시름시름 앓다가 17세 나이로 세상을 떴고 이듬해 자신의 큰형에 이어 진행성 '디스트로피증'이 몸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권씨는 학교도 그만두고 죽기로 결심하고 가출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강원도 삼척과 춘천 서울등지로 떠돌아 다니며 음식점배달원 가구점원, 꽃집제과점종업원 신문배달등 온갖 힘든 일을 다했다.
3년간 객지생활은 몸을 더 추스를수 없을 정도로 병세는 악화시켰는데 이무렵 고향에서는 8세 아래인 여동생이 죽었다는 비보가 날아들어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때는 당시 16세이던 남동생(현32세·대구거주)도 '디스트로피증'이 나타나 3형제가 모두가 같은 병에 걸린 상태였다.
이때부터 권씨는 내 죽는 날까지 고향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결심하고 자신도 제대로 가눌수 없는 몸으로 농사일에 악착같이 매달려 5년후에는 5백만원의 농사 수입을 올릴수 있었다.
이같이 어렵게 살아온 세월들을 그는 당시 서투른 글솜씨로 새농민지에 보낸 '참깨가 쏟아지는 땅'이란 제목의 영농수기가 채택됐는데 이를 보고 편지를 해온 이화숙씨(35·경주출신)와 열애끝에 결혼, 지금은 선예(13·여) 기성(11·남) 남매까지 얻는등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동안 권씨는 컴퓨터를 독학, 93년 전국장애인기능경진대회서 컴퓨터프로그래밍 부분에서 금메달획득, 장애인 곰두리문학상 동화부문 당선, 장애인솟대문학 추천 시인등 컴퓨터와 글솜씨에 소질을 보였는데 그는 "4~5년후 소설을 펴내는 것과 동네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계속 가르치며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했다.
〈안동·장영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