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상에 이런 나라 또 있나

입력 1995-06-30 08:00:00

수도 서울에서도 가장 호화스럽고 가장 비싼 물건을 파는 가장 고급의 백화점이 폭삭 내려앉았다. 지은지 6년도 채 안된 우리나라 최고급의 백화점이어이없이 무너진 것이다. 대구에서 지하철 가스폭발사고가 일어나 1백여명의아까운 목숨을 잃고 온나라가 슬픔에 젖었던 것이 불과 두달전이었는데 그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어처구니없는 대형참사가 또 일어난 것이다.어제 저녁에 일어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지금까지 일어난 대형참사들처럼 예외없는 인재였다. 사고를 알리는 조짐이 여러차례 감지됐는데도백화점측이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백화점측은 건물이 본격적으로 붕괴되기전 5층의 일부가 바닥이 내려앉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를고객들한테 알리지 않고 장사를 계속한 어처구니없는 사실도 드러났다.뿐만아니라 서울시 당국은 올들어 두차례나 이 백화점에 대한 구조물의 안전검사를 실시했는데 모두 '이상없음'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백화점이 매장확장, 창고설치등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시설을 증축했는데도 관할구청은 모두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안전검사를하고, 증축허가를 내주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는 실정이다.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 백화점의 붕괴는 원초적 부실이 낳은 인재임을알수 있다. 지난 89년말 이 백화점이 개점할 때 건물의 준공검사를 받지못하고 가사용허가를 얻어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업을 하면서 시설보강을해 준공검사를 했으니 제대로 건물이 세워졌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보니 붕괴는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이번 사고는 어쩌면 지금까지 대형참사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오전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50여명이고 8백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아직도 붕괴된 지하층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오늘 새벽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같은 인명피해도 사고뒤의 구조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많이 줄일 수 있었던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 사고직후 많은 구조대원들이 현장으로달려왔으나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휘하는 지휘부가 없었다. 중구난방으로 구조하다보니 노력에 비해효과는 적었다. 또한 구조장비도 태부족이었다. 간단한 철근절단기나 이동식유압기같은 것도 모자라 구조대원들은 애를 태워야했다.

그렇게 많은 대형사고를 겪고도 대비책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면 그동안사고가 날때마다 사고재발을 막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거짓이었다는 말인가. 이제 국민들은 너무 충격을 받아 놀랄수도 없고 분개하려해도 기력조차 없는 실정이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는지, 절망적인 반문을 하지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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