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선거충격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대응은 크게 선거결과를 수용하고정치권의 새로운 환경변화에 상응해 당정의 체제정비를 서두르든지, 선거결과를 무시하고 기존의 정국운영 방향을 고수하는 정면대응방식을 택하는 방법뿐이다.민자당 일각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되고 빠른 시간안에 김대통령이 대규모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돈 것도 이때문이다.서울과 호남이 민주당에 의해 점령되고 충청권과 강원도까지 자민련에 빼앗긴 데 이어 경북과 제주도마저 민자당에 등을 돌린 판에 민자당에 내분이라도 일어난다면 김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DJ의 정계복귀와 JP의 부활로 정치권에 신3김구도가 재현됨에 따라 민주계를 중심으로한 민자당의 차기정권 창출이 더욱 난감하게 됐고 본격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나타난 지방정가의 여소야대 구도는 중앙과 지방의 마찰,공직사회의 기강 이완과 복지부동의 심화 등 통치권의 누수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같은 정국상황변화에도 김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방선거는 지역살림을 맡을 일꾼을 뽑는 선거일뿐 그 이상의 정치적 의미는 없다"는 것이김대통령의 인식이며 선거결과에대해서도 정당간의 당선경쟁이나 특정후보의 당락보다는 전반적인 공명선거 여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김대통령은 28일 청와대수석회의에서도"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됐던 지방자치제를 34년만에 내 임기중에 전면부활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고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선거법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과거와 같은 관권, 금권선거 시비가 없어진 것은 선거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청와대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데는 이같은 김대통령의인식도 상당한 작용을 했다고 말한다. 김대통령은 선거혁명을 위해서 관권,금권 등 여당 프리미엄을 포기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여당의 승리를위한 적극적 역할을 자원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선거10일전쯤에 여론조사 결과 광역의원 선거결과가 민자당,민주당,자민련,무소속 순으로 5대 4대 4대 2가 될 것이라는 자체분석을 한 적이 있으며,김대통령에게도 올렸으나 이렇다 할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일말의 야속한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평소에도 지방자치는 그야말로 지방자치일뿐 중앙정치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던 점을 상기시키고,선거결과에관계없이 남은 임기동안에도 지난 2년4개월동안 계속해온 개혁의 원칙을 그대로 밀고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여권내부에서는 이와함께 김대통령이 통치권의 누수를 막기위해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력한 국정장악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관계자 가운데는 "김대통령이 공명선거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선거를 1백번다시하더라도 부정과 타락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 말과 관련, 향후 정국운영을 지켜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를 흐지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청와대고위관계자는 또 "선거결과가 여권에 불리하게 나타났다해도 공명선거를 치러 선거혁명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애써 의의를 두면서 문책성 인사는 하지 않을것으로 내다봤다.따라서 "당직자들이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는 것을 막을 것이며,사표를 제출하더라도 반려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여권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의 이같은 조치가 향후 정국운영의 장기계획을 마련하는 시간을벌기위한 잠정조치에 지나지 않으며,적절한 시점을택해 대규모 당정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시기는 금년 하반기 쯤이 될 것이며 내용은 내년의 총선에 대비한 새로운 당정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전부터 예고했던 비경제부처의 통폐합 등 개혁의 미결과제를 강도높게추진하며,당지도부를 새로운 진용으로 바꿔 중진실세를 대거 전면에 포진하는 인선을 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개편의 시점이 9월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연말까지,또는 그보다 앞서 김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8월 초순으로 당겨보는 견해도 있다.
김대통령도 이번 선거운동기간에 DJ와 JP의 대권도전 의사에 대응해 세대교체의 필연성을 강조한 만큼,당분간은 기존 골격을 유지하는 일이 있더라도현정국을 타개할 비장의 카드를 장만해 실천에 옮길 시점이 멀지 않다는 관측이다.
〈여칠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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