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이후 정국 어디로…(1)

입력 1995-06-28 00:00:00

34년만에 실시된 6·27 4대지방자치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민자당의 참패,민주당의 승리,자민련의 약진으로 귀결되면서 '신여소야대'정국을 출현시켰다. 또 각 정당은 자신의 근거지에서 예외없이 승리를 확정지음으로써 '지역분할구도' '3김시대'가 재현됐다. 이번 선거결과는 여권으로서는 집권후반기 정국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 됐으며 조기정계개편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야권은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김종필자민련총재의 연대, 김이사장의 정계복귀, 내각제 공론화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예상된다. 특히내년 총선과 97년의 대선이라는 선거일정을 감안할때 이번선거결과는 향후정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정국의 향방을 시리즈로 엮어본다.〈편집자주〉

민자당은 15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3분의 1인 5개지역을 건지는데그쳐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특히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선거에서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으며 DJ와 JP의 아성인 호남과 충청은 물론 대구와 강원 제주에서도 완패했다.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을 석권한데 이어 최대의 승부처인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하고 기초단체장까지 휩쓸어 수도서울을 실질적으로장악하게 됐다.자민련은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승리자가 됐다.충청권을 싹쓸이한데 이어 강원도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대구 경북에서도그런대로 발판을마련, 김총재의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또한 구여권의 기반이었던 대구는 무소속의 문희갑후보가 당선되고 민자당조해녕후보가 참패함으로써 'TK정서'의 실체를 확인해 주었다.이러한 지역분할구도는 13대총선과 대선때의 할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것으로평가된다.

이는 집권여당인 민자당의 전국정당적 이미지를 퇴색시키고 여권의 정국장악력을 약화시키는 역학구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지역분할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 김종필씨를 강제퇴진시킨 여권의 인위적 세대교체구상이 일단 좌절됐음을 의미한다.

서울시장선거에서 초반 압도적 인기도를 보이던 무소속 박찬종후보가 김이사장의 개입으로 역전패한 것도 세대교체론자들의 입지를 위축시켰다.그러나이번 선거는 여야정치권에 적잖은 과제와 문제점을 던졌다.'지역등권론' '핫바지론' '푸대접론'등 지역감정촉발에다 여야 중앙당의 과도한 개입으로 정당선거로 변질되면서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는 점이다.이는아직까지 지역감정문제가 현정권에 대한 민심의 향배와 맞물려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4대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면서 유권자들이 대도시는 광역단체장,중소도시와 군지역에서는 기초장등에만 관심이 집중돼 '반쪽선거'가 될 수밖에없었던 제도적 문제점도 드러났다.선거후 정국의 최대관심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여야정치권의 개편이다.

민자당은 참패의 충격속에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특히 민주계의 정국주도에 불만을 품어온 민정계의 동요와 선거책임문제제기 가능성,당정 개편등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특히 이번 참패가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실패로 귀결될 경우 여권 누수현상은 가속화될 수도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과 97년 대선을 이겨야 하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야권의 경우 이번 승리를 내년총선과 97년대선에까지 연결시키기 위해 파상공세를 펴 나갈 전망이다.JP와 DJ의 연계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며이렇게 될 경우내각제개헌론이 정치권의 핵심현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DJ는 일단은 정치일선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나그의 정계복귀는 지속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다.민주당내에서는 입지가 좁아진 이기택총재와 세대교체론자인 이부영부총재가 빠르면 8월전당대회 이전에DJ와 결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있다.

JP는 누구보다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내각제개헌을 고리로 DJ와의 연대를 유지하는 한편 구여권과 민자당내 민정계와 손을 잡으려 할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정국은이번 선거의 쟁점이었던 내각제 개헌론과 세대교체론이 차원을 달리하면서 정계재편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지역분할구도를 전제로 한 보수정파간의 연합과 세대교체를 기치로 내건세력들의 결집으로 전개될 정계개편은 내년 총선전까지 정국을 회오리속으로몰고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택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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