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패인과 전망 난기류 TK정서에 KO

입력 1995-06-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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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지방선거의 결과는 한 마디로 민자당의 참패다. 범위를 대구·경북으로 좁혀보면 상황은 더욱 확실해진다. 특히 TK정서가 판을 친 대구의 선거결과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최소한의 목표인 2등도 안되는 사실상 최하위였다.기초단체장 선거의 결과는 민자당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한다. 선거를 담당했던 민자당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백약이 무효였다고 하는것 아니냐"며 말꼬리를 흐렸다. "아무리 TK정서라고 하지만 이렇게 벽이 두터울 줄 몰랐다"는 것처럼 TK정서로 표현되는 '1번 배제주의'에는 어떤 처방도 듣지 않았다.

그렇다면 민자당의 참패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TK정서다. 정형화 된 것은 아니지만 반민자 반YS 방향은 분명하다. 사람 됨됨이를 떠나 일단 민자당은 찍지 말자는기류는 표면적으로 파악된 것보다훨씬 심각했다. 민자당이 111작전을 썼지만 유권자들은 오히려 비111작전을행사한 것 같다고 할 정도다. 대구주변 농촌지역도 반민자는 뚜렷했다. 도내주요도시에서도 무소속 약진은 뚜렷했다.

그리고 4대 동시선거도 민자당에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기존 여권 조직이 자기 선거에만 급급해 시장 지사선거에는 미처 신경조차 쓰지 못했던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이다. 돈을 못쓰게 만든 통합선거법도 돈과조직에 의존하던 여당으로서는 악재였다.

앞날을 생각하면 민자당은 할 말이 없다. 당분간 이번 선거의 충격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음 선거는 15대 총선으로 약 10개월여의 시간이남았다. 상황이호전되지 않는다면 대구의 13개선거구 가운데 잘 하면 3개정도 건질 것이라고 한다. 전멸의 전망도 스스럼없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는 동을과 수성갑구의보궐선거에서 나타났던 민심이 결코 허상이 아니라더욱 견고해졌음을 입증한 것이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23개 가운데 절반도 건지지 못했으므로 다음 총선에서는 여소야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려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듯 하다. 이 분석은 적어도 사람들의 '이동'이 없다는 전제가 깔린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이처럼 민자당과 정권에 대한 반감이 팽배한 상황에서현역 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이 '우직하게'민자당 간판을 내걸고 총선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잣대는 대구·경북에 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이동이 있을 경우 일제히 간판을 내리는 도미노현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분석과 함께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탈당 무소속의 길을 가는 숫자가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민련이라는, 이들을 받아줄 만한 정치세력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민자당에 남아 있는 인사들을 '유혹'하는 요인이 될 듯하다.

하지만 강재섭대구선대본부장은 상황이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선거로 어느 정도 시도민들의 감정응어리가 해소된 만큼내년 총선에서는 우직하게 민자당을 지키는 사람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있다"고 기대어린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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