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 여기서…"내가 말을 더듬는다. 기요가 오토바이 운전대를 뒤로 꺾는다. 그는 내 말을무시한다.
"내 올때까지 여기 있어. 두 놈 나타나나 살펴보구"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달아난다. 기요가 멀어진다. 나는오두망찰 서 있다.땀이 흐른다. 눈이 찝찝하다. 울고 싶다. 뭘 어찌해야 할런지 알 수 없다.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불안하다. 숨고 싶다.옥상 가건물이 생각난다. 거기로가면 나 혼자다. 닭은 좋은동무이다.
나는 얼마동안 서 있었는지 모른다. 땀이 비 맞듯 흐른다. 남방 소매로 땀을훔친다. 나는 강변도로 둑 쪽으로 걷는다. 둑 중간쯤에 앉는다. 나는 비치파라솔 쪽을 본다. 나 또래들이 파라솔 두 개를 차지하고 있다. 깡통맥주와 콜라를마신다. 그들은 내 쪽을 보고 있지 않다. 잔디밭 축구경기를 구경한다. 킬킬거리며 뭐라고 떠든다. 소풍객인지강변파인지 알수 없다. 내가 그들의 눈에 띌까 겁난다.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올 것만 같다. 나를 잡아다 어디로 넘길런지 모른다. 혼자 있을때 나는 늘 당했다. 아우라지 집에서 고물장수한테도그랬다. 멍텅구리배를 타게 된 것도 혼자 있을 적이었다. 부랑아수용소에서 대추코와 함께 탈출했다. 대추코는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우리는 역까지 왔다.대추코는 서울로 가겠다고 말했다. 개찰원이 없을때 울을 넘어 승강장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대추코는 서울로 함께 가자고 내게 말했다. 제복 입은 사람이 없을 때였다. 그는 정말 개찰구에서 울을 넘고 들어갔다. 나는 겁이났다. 울을 넘을수 없었다. 빨리 넘어오라고 대추코가 채근했다. 나는 머리를흔들었다. 그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대합실 의자에서 하룻밤을 잤다. 배가 너무 고팠다. 쓰레기통을 뒤졌다. 먹다버린 것을 주워 먹었다. 먹는 것은아무거나 가리지 않았다. 새벽이었다. 납작모자를 쓴 젊은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쯔쯔, 길 잃은 부랑아군. 내가 취직시켜 줄까. 나하고 같이 가. 날마다고기반찬에 쌀밥 먹여줄테니. 물론 봉급도 주지.납작모자가 말했다. 그렇지않음 파출소에 넘기겠다고 윽박질렀다. 나는 그를 따라 갔다. 그날 밤, 나는납작모자와 기차를 탔다. 동행자가 둘 있었다. 강훈형과 언청이아저씨였다. 강훈형은 빵모자에 군용 작업복 차림이었다. 구석 자리에서 줄곳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언청이아저씨는 동저고리에 핫바지를 입고 있었다. 법정에끌려가는 사람이 그랬다. 언청이아저씨는 먹는 타령만 했다. 공연히 씰죽씰죽웃었다. 납작모자가 소주 한병을샀다. 그에게 주었다. 그는 단숨에 소주병으로 나팔을 불었다. 곧 잠에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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