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기다리는 마음

입력 1995-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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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레 빚은 도자기를 가마에 넣고 불을 지피는 도공의 눈빛이 기다리는마음으로 활활 타오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삶 자체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소중한 기다림들로 가득하리라.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놓고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는 새댁, 막내아들의 군복무 마칠 날을 기다리는 홀로 되신 어머니, 구슬땀을 흘리며 풍작을기다리는 농부, 밤늦도록 연구실에서 지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학자, 경제적번영을 위해 열심히 뛰는 사업가, 보다 훌륭한 작품의 창작을 위해 고뇌하는예술가, 보다 의로운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성직자등 우리 인간이 빚어내는 갖가지 기다림의 파문들이우주 공간으로까지 퍼져나가 오묘한 교향곡을 빚어내리라는 상상도 해본다.기다림이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자극하는 소중한 동인으로서 우리 삶의 성격과 방향을 크게 좌우하는 듯하다. 그런데 무엇을 기다리는가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떤 마음으로 이를 기다리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한다. 기다리는 대상이 아무리고귀하고 훌륭한 이상을 지닌다 할지라도 이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자기만족이나 과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자체에 집착한채 다른 모든 것을 등한시한다면 이는 욕심으로 얼룩진 허무한 노력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을 진정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관조할 수 있는 맑고 여유로운 마음과대상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쫓기듯 바쁜 일상속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으며 어떠한 마음으로 이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자신을 돌이켜보아야겠다.

〈피아니스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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