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지원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북경 남북한 차관급 고위회담이 5일만에 최종타결됐다.이날 최종발표된 합의문은 지난해 김일성사후 완전히 단절됐던 남북 당국자간대화가 1년여만에 재개된 가운데 도출된 것이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더욱이 이번 쌀지원은 북한이 지난 84년 수재를 당한 우리측에 7천t의 쌀을제공한 이래 11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무엇보다 당국간 협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해 냄으로써 남북대화의 전도를 밝게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특히 나웅배부총리가 21일오후 최종발표한 합의문에는 대북지원량이 당초 알려진 5만t의 3배가 되는15만t을 전량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어 우리측이 동포애차원에서 결단을 내린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이는 김영삼대통령이 지난해 8·15경축사를 비롯, 올해 3월 베를린선언, 그리고 국제언론인협회연설등에서 대북곡물지원을 제안한 것과 나부총리의 지난달 26일 무조건 쌀지원 방침에서 비롯된 것임은 물론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추가지원을 위해 7월에 2차회담을 갖기로 하되 이를 위해계속 실무회담등을 통해 접촉하기로 한 대목도 남북대화측면에서 주목된다.다시말해 추가지원문제를 지속적으로 직접접촉을 통해 협의키로 함으로써 대화를 통해 남북간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선례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남북한 양측은 쌀제공에 관한 대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의견절충을마친 가운데 서명주체에 대한 현격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최종합의를 도출하는데막판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우리측 대표를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양측이 구성한 남북경제공동위원회의 우리측 위원장인 이석채재정경제원차관을 내세운 것도 이에대한 대비책의 일환이었다.
북한이 노동당의 외곽단체에 불과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직함을 가진전금철을 회담대표로 내세운 데서 북측 의도를 읽었다는 얘기다.때문에 정부는 그간의회담에서 꾸준히 당국자간 회담임을 북한측에 강조했으며 합의문도 반드시 당국자 명의로 서명하자고 주장한 반면 북한측은 되도록이면 당국자간 회담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키려 애썼다.
결국 훈령에 따라 최종합의문에 우리측은 이석채 '남북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장'명의로, 북한측은 전금철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고문' 명의로 각각 서명한데서도 양측의 판이한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대외경제협력추진위(위원장 김정우)는 북한의 경제부처인 대외경제위원회의산하단체로 나진·선봉 경제특구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정무원산하 반관반민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와함께 이번 1차지원을 위해 대한무역진흥공사와 북한의 조선삼천리총회사가 나서기로 한 것도 당국간의 직접적인 쌀 주고받기를 비켜나가기 위한 북한측의 끈질긴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당초 우리측은 쌀의 원산지를 표시하고 육로운송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의문에는 포장지에 일체의 표기를 하지 않기로 하고 전량 해상수송으로결말이 난 것도 양측간 줄다리기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처럼 이번 합의는 우리측이 대부분 북한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들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볼수 있다.
물론 이는 '아무런 조건과 정치적 부대조건없이' 쌀을 지원하겠다는 우리측의 기본입장에 따른 것으로 볼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추가지원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곡물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북한측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동포애에 입각한쌀지원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부총리가 밝힌 것처럼 북한이 이번 회담에 응한 것은 극심한 식량난때문이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의 쌀을 조속히 받아들이기 위한 의도에서비롯된것일 수도 있어 향후 북한의 태도를 여전히 예측을 불허한다는 관측들이다.
어쨌든 이번 쌀 지원합의는 남북한이 당국간 접촉을 통해 어렵게 이뤄낸 협력이라는 점에서 향후 경제교류 가능성을 열어놓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평가되고있다.
또 이 과정에서 가볍게 보아넘길수 없는 것은 일본쌀이 북한에 먼저 들어가는 것을 막고 민족 내부의 교류를 먼저 성사시킨 것은 외교적 성과로 볼수 있을 뿐아니라 북한의 대미·대일 관계개선 움직임과 관련, 매우 중요한 선례를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관련, "대북 곡물지원 협상과정에서 일본정부가 보여준 협조적 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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