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등급제 판정따로... 가격따로...

입력 1995-06-21 08:00:00

"경험이냐 과학이냐"서울,제주,부산에 이어 지난 1일부터 대구에도 돼지도체등급제가 실시되고있으나 아직 중매인과 판정사의 고기를 보는 눈이 서로 달라 등급제 정착에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체등급제는 돼지 한마리를 놓고 판정사가 과학적 기준으로 검정해 A부터E까지 5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농가에는 고급육생산을 유도하고 식육유통의 합리적 거래를 형성하기 위해 시행하게 된 것.

그러나 식육유통관계자들은 "현재의 유통관행상 이같은 의도대로 도체등급제가 정착되겠느냐"라는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도체에 대한 등급이 경매때 절대적인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좋은 등급이 좋은 가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지난 15일 대구 신흥산업의 돼지경락가를 보면 최고등급인 A급 도체가 ㎏당3천3백20원에 낙찰됐는 반면 B급도체는 오히려 3천5백36원에 결정됐다.또 2천8백56원을 받은 B급이 있는가 하면 3천3백99원에 낙찰된 C급이 나오기도 했다.

'등급=가격'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고 있는 것은 판정사들의 등급판정을 중매인들이 외면하고 있기때문.

오랜 현장경험으로 육안으로도고기를 분별할 수 있다는 중매인들은 판정사들의 등급이 소비자의 선호도와 격차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중매인은 "등급을 신뢰할 수 없어 예전 방식대로 입찰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판정사들은 "도체를 직접 감정하여 중량과 지방량의 상관관계등과학적 기준에 따라 판정하고 있다"며 "서울의경우 등급에 따른 가격차가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매인들의 주장은설득력이 없고 단지 이같은 현상이나타나는 것은 기존의 거래관행때문이라고 유통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중매인들은 식육점,식당에는 맛을 기준으로,가공공장용등에는 정육률(도체에서 산출되는 정육비율)이라는 잣대로구입하기 때문에 질과 양을 종합해산출되는 판정사의 등급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

팔달시장에서 도소매형태의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전근대적인식육업계의 유통관행이 지속되는 한 도체등급제가 뿌리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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