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지원'북경회담'스케치

입력 1995-06-21 08:00:00

--방문 잠그고 절충…20일밤 8시부터 북경 샹그릴라호텔 24층에서 남·북 쌀협상대표들은 방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막바지 절충에 돌입.

19일밤 이후부터 문제가 된 합의문안중 서명자의 직책표기, 원산지 표시, 수송선박의 국적 표시문제 등에 이날밤에 합의점을 도출.

약2시간만에 회담을 성공리에 끝낸 이석채수석대표와 북한의 전금철수석대표는 "합의가 끝났으니 밤을 새워서라도 이 자리에서 합의문 작성을 끝낸뒤 우리들 (쌍방 회담대표)에게 연락해 발표토록 하라"고 지시한뒤 회담장에서 이석.이후 양측에서 문안작성 실무자 2명씩 남아 19일저녁 대체적으로 마련된 초안의 문장화작업에 돌입함으로써 사실상 발표시간은 초읽기에 돌입.-'합의문작성 다됐다'

…양측 수석대표가 회담장을 떠난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특파원들이 샹그릴라호텔 로비에서 기다려 줄 것을 요청.

이와함께 대사관측은 이 호텔의 국제회의장인 크리스탈볼룸을 예약하고 마이크시설까지 설치함으로써 이날낮 회담결렬을 예상했던 보도자들은 아연 긴장.이 때문에 대표단과 한국특파원들과의 중간연락을 맡은 대사관측은 "오늘밤(20일) 자정이전에 합의문이 발표된다"고 통보하고 각 언론사가 송고용으로 필요한 객실 한칸씩을 긴급 배정토록 호텔측에 특별주문.

쌀협상 시작이후 대사관측으로부터 가장 확실한 전갈을 받은 국내 각 특파원들과 10여명의 일본특파원들은 저마다 마감시간에 쫓겨 '남·북쌀협상 극적타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

그러나 자정을 넘기면서부터 특파원들의 빗발같은 항의에 접한 대사관측은 "곧 끝나간다"고 답변에 진땀.

대표단측은 "합의문은 다 작성됐다. 다만 한가지 부문에서 상대방이 본부훈령이 필요하다"고 말해 기다릴 뿐이라는 점을 강조.

○…이에 앞서 북한측 대표단이 전날 오후8시, 마지막 절충작업을 벌이기 위해 회담장인 샹그릴라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대기중이던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들이대자 손을 내저으며 "조금만 기다리면 될텐데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고 말해 양측사이에 결정적인 쟁점은 이미 다 해결됐음을 시사.

이들 대표3명은 국내TV카메라기자들이 좀처럼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자 "왜 무례하게 사전허가도 없이 사진을 찍나, 점잖게 하자. 기자들이 회담을 방해한다. 통일하러 왔는데 왜 이래. 남조선기자들은 도덕도 없느냐"며 언성을높이기도.

--'오늘 끝내자'

○…쌀회담 나흘째인 20일 남·북한 대표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날 중으로결말을 내겠다는 자세로 회담을 시작.

북한 대표단중의 한 인사는 "오늘 끝내도록 해야지"라고 자신감을 미리 나타냈고, 우리측 대표들도 "원칙에 합의한 이상 부수적인 문제들은 크게 문제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

--발표장소 한때 이견

○…남·북대표들은 회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합의문 작성과 발표문제를 놓고 막판 신경전.

우리측 대표단의 숙소인 샹그릴라호텔 23층에는 외부전화를 완전 차단한 채객실내에서 합의문작성을 위한 기밀유지에 고도의 신경전.

합의문 작성 이전단계까지 양측의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부분은 북측은 민간차원을 고집했으며 우리측은 정부당국의 공식문서를 주장하는 의견이 팽팽히맞서 최후까지 조율에 진땀.

또 발표장소도 북측은 평양과 서울 동시발표를 주장한 반면 우리측은 북경에서도 동시에 발표하자고 주장.

…북한측의 식량사정이 급박한 커다란 이유중의 하나는 오는 7월8일, 김일성사망 1주기도 크게 한몫.

이날 북한 전역에서 수십만명의 조문인사들이 평양으로몰려들 것에 대비,우선 이들에 대한 식량확보부터 발등의 불이라는 것이 회담에 임하는 우리측의한결같은 해석.

-제공규모 인색하다

…남·북한 쌀회담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북경의 조선족 사회에서는 한국측에서 제공되는 쌀의 규모가 큰 화제.

1차 제공분을 5만t으로 합의하고 협상결과에 따라 추가제공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계 인사들은 "도대체 한국의 통이 이렇게 작으냐, 인도적 차원에서 동포를 돕는 일에 너무 인색하다"고 볼멘 소리.

이번 쌀협상을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한 경제인은 "지금까지 남·북통일이안되는 주된 이유가 북한측에 있는줄 알았더니 남·북이 똑 같다"며 "북한여자들의 적삼이 꽉 조여 북한만 속이 좁은줄 알았더니 통이 넓은 상의를 입고 있는 남한도 별수 없다"고 비아냥.

또 북한에 고향을 둔 한 조선족 동포는 "내가 김정일이라면 굶어 죽으면 죽었지 5만t은 받지 않을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

--군량미까지 소진

…이번 쌀회담 과정을 통해 한결같이 제기된 의문은 도대체 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급박했으면 북한측이 이처럼 회담을 서두르느냐는 것.북경의 한 소식통은 현재의 북한식량사정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백50만~3백만t은 소요된다는 것.

이 인사는 현재 "북한의 최대 긴장요인은 핵보다 식량문제"라며 "이 문제가해결안돼 군량미까지 소진하는 경우 '이판사판'의 큰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

--황대사 출장길나서

…북경의 주중 한국대사관은 20일 회담결과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 발표장등을 준비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자 맥빠진 분위기.대사관 곳곳에서는 회담장소가 북경이지만 대사관이 처음부터 철저하게 배제된 점에 대해 못내 서운해 하는 모습들.

처음부터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던 황병태대사는 마침내 19일오후신강, 사천성으로 출장길을 떠나대사관의 분위기는 한층 더 을씨년스런 분위기.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