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핵실험 내년 포괄적 금지조약 약속

입력 1995-06-21 08:00:00

지난 5월 12일 전세계 1백70개 국가가 뉴욕에서 선포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기한 연기는 결국 '제2의 핵개발 경쟁'을 알리는 서곡에 불과했다.그로부터 나흘만에 중국이 TNT 1백규모의 지하핵실험을 실시했고 한달만에프랑스가 시한부 핵실험 재개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게다가 중국의 핵실험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던 미국마저 18일 지하핵실험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일 러시아 의회 세르게이 유센코프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프랑스 핵실험 재개에 대한 질문에 "프랑스에 이어 미국도 핵실험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러시아도 실험을 재개할 수 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자크 시라크 불대통령은 공식방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총리에게 "핵억지력 현대화를 위해 핵실험은 불가피하다"며 핵실험 중단요구를 거절했다. 또한윌리엄 페리 미국방장관은 "앞으론 핵무기를 현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실험 유형에 논의가 집중될 것이라고 밝혀 핵실험 재개는 결정된 것임을 암시했다.중국,프랑스,미국,러시아 모두 NPT에 의해 배타적인 핵보유를 인정받았던 국가들이다. NPT 무기한 연기 결정 당시 이 네나라를 포함한 핵보유국은 96년까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를 체결할 것을 비보유국에 약속했다.현재 핵보유국들이 각국의 비난을 무릅쓰고 핵실험을 재개하려는 것도 내년하반기 이후 CTBT가 체결되면 지상,지하 어디서도 핵실험을 전면 중단해야만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과 프랑스가 내년 제네바에서 열리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에는아무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고 러시아,영국과 미국은 이러한 입장을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자제를 촉구하며 중국과프랑스를 비난해 오던 미국마저 핵실험재개를 거론했고 자연스레 러시아의 핵실험재개까지 부추긴 것이다. 핵문제에 있어 세계의 경찰임을 자청하며 북한의핵개발과 이란의 원자로 공급에 초미의 반응을 보이던 미국의 '이중성'이 드러난 셈이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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