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각종사업 잇단 브레이크-'북경발언' 앙금 아직도 남았다

입력 1995-06-17 00:00:00

'제재냐', '오비이락(오비이락)이냐'.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몇가지 사업들이 난관에 봉착하자 정부의 삼성그룹제재설을 놓고 재계에 추측이 무성하다.

제재설의 시작은 지난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진출 전략회의를 주재하기위해 북경을 방문한 이건희회장은 현지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라며 정부와 정치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회장의 발언에 주요당국자들과 정치권 핵심인사들은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핵심당국자중에서는 '선거후에 보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삼성은 사태 직후 당국자들에게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설이 다시 불거진 것은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에 잇따라 브레이크가 걸린 데서 비롯됐다. 삼성항공이 도입키로 한 러시아제 초대형 수송헬기 수입승인과 F-5 전투기 개조사업을 위한 기술도입신고서 수리가 계속 미뤄졌다. 삼성전자가 미국 PC제조업체인 AST리서치사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신청한 해외투자승인도 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AST사의 지분 48·25%를 3억7천8백만달러에 인수키로 하고 지난 2월말 계약을 체결했었다.삼성건설이 전력을 기울여 추진했던 영광 5, 6호기 입찰참여도 통상산업부와한국전력이 입찰자격을 20만㎾ 이상 발전소 건설경험이 있는 회사로 제한하는바람에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은 15만㎾의 발전소 건설경험밖에 없다.재계와 언론의 '제재설'에 대해 삼성측은 한마디로 '근거없는 추측'이라고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이런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한국가스공사가곧 발주할 액화천연가스(LNG) 5호선 건조선사 선정에서도 삼성이 제외될 것이라는 때이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핵심 당국자가 문제의 이회장 발언이있은 직후 '선거후에 보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는 소문 등에 비추어 삼성제재가 이미 시작된 것이라면 선거후에는 제재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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