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역시 문중이 최고"

입력 1995-06-17 00:00:00

선거에서는 예외없이 사조직이 가동되게 마련이다.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형태가 학연과 혈연으로 구성된 조직.그러나 이번선거에서는 사조직중 후보들의 가장 큰 '효자손'역할을 혈연조직인 문중들이 맡고있는 모습들이다. 문중은 화수회니 종친회니 하는 식으로 회원명부를 갖고 조직화되어있다.

정당은 정당대로 공조직이 제대로 가동되지않음에 따라 이들에 의존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커졌고 아예 공조직이 있을수 없는 무소속후보들의 경우는 어떤 사조직보다도 '피를 나눈' 종친만큼 의지할만한데가 없다.특히 이번 광역단체장선거에서는 대구시장선거에 나서고있는 후보대부분이 경북고등출신이고경북지사선거또한 같은 학연(대구상고)의 후보가 맞붙고 있어 학연조직이 섣불리 움직이려고 들지않는다는 점에서도 상대적으로 문중세력의 활약이 두드러지고있다. 통합선거법이 혈연의존도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요즘 세태에서돈한푼받지않고 선거운동 해줄 사람은 역시 핏줄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공조직의 활발한 가동에 부심하고 있는 민자당의 조해녕후보는 대구시내7천세대에 달하는 창녕조의 적극적인 도움이 상당히 반갑다. 80여명의 친인척은 사조직의 정예중 정예로 활약,신뢰를 주고있다 .이의익자민련후보도 마찬가지. 연안이씨 화수회에다 특히 부인 곽정애씨의 포산 곽씨쪽마저 가세,사조직의 양날개를 펼치고있다. 여기에이후보의 부친쪽 외가인 진성이또한 힘을 보태주고있다. 1인 1역의 책임제라는 스스로의 역할부여까지 하면서 열성.문중세의 가장 큰 덕을 보고있는 후보는 역시 공조직이 없는 무소속의 문희갑후보와이해봉후보.

문후보의 경우는 대구에 4천8백세대가 살고있는 남평문씨 일족들의 도움을받고있다. 각 구별마다 구성돼있는 종친회가 여론조성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있고 심지어 경북,경남사람조차 대구의 지인들을 상대로 전화등을 통해 세몰이를해주고있다는것.

문중조직이 가장 활발해 보이는 곳이 이해봉후보진영.이후보 스스로가 대구시내 8천세대,3천명의 회원이 가입된 성주이씨 화수회회장직을 맡고있고 선거대책본부장인 이영환박사 또한 화수회 부회장. 가두유세마다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화수회멤버들이 명함돌리기와 응원부대로 빠짐없이 등장하고있다.10촌까지 6백여명의 친인척이 조직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고있다.

…경북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의근민자당후보의 경우 경산이씨가 적극 돕고있고 박준홍자민련후보는고령박씨가 힘을 모아주고있다. 특히 경북내25만명정도로 추정되는 경주이씨 이판석후보(무소속)는 23개시군 선거연락소담당자가 대부분 종친들이다. 무소속으로 공조직이 전무한 이후보는 종친회에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이같은 문중세력의 발호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곱지않다. 선거가 정책과 후보의 인물됨을 두고 벌이는대결이 아닌 문중세싸움의 양상으로진행될수도 있기때문이다. '문중사람이니까 찍어주자'는 핏줄의 맹목적성이 가져올 선거후 폐해를 우려하는것이다.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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