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38)

입력 1995-06-15 08:00:00

막국수는 메밀로 만든다. 아우라지에는 메밀을 많이 심었다. 메밀꽃이 필 때는 메밀밭이 온통 하앴다. 그 광경이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이는 파도와같다해서 '메밀꽃 일다'란 말이 생겼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벌이 많이 날아들었다. 메밀꽃은 꿀이 많아 벌의 밀원이 된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집에는 벌통이 두 개 있었다. 메밀꽃이 피면 벌떼들이 유난히 부지런을 떨었다. 하루 종일벌통 앞이 장바닥 같았다. 꿀을 날라다 놓고 다시 꽃을 찾아 떠났다. 붕붕거리는 벌떼의 날갯짓 소리가 지금도귀에 쟁쟁하다. 어릴적에 나는 꿀을 많이 먹었다. 할머니가숟가락으로 퍼먹여 주었다. 꿀에는 벌의 날개나 다리가 섞여있었다. 벌이 통째 빠져 있기도 했다. 나는 그걸 뱉아내려했다. 할머니는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한번은 그걸 삼키다 나는 끝내 토했다. 먹은 꿀이 죄 올라왔다. 죽담에 토해 놓자개미들이 몰려들었다. 개미들은 단 것을 좋아했다. -메밀이야말로 강원도가 주산지지.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서 잘 자라거든. 강원도가 그렇잖니. 산이 많고 땅이 척박하지. 그래서 온통 메밀밭이란다. 여기 정선만해두 메밀을 오죽 많이 심니.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메밀묵을 많이 먹었다. 메밀국수도 많이 먹었다. 여름철에 메밀 냉국은 시원했다. 아우라지를 떠난뒤 나는 메밀국수를 먹어보지 못했다.나는 쟁반막국수를 처음 먹어본다. 메밀 국수에 야채를 버무렸다. 비빔국수같다. 앞접시에다 쟁반의 국수와야채를 덜어 먹는다. 미미와 먹던 냉면 생각이 난다. 냉면보다는 양이 많다.

"미미 잘 있어요?"

내가 묻는다.

"글쎄. 꽃집에 나오다 말다 하는 것 같애. 통 못봤어. 바람이 났나 봐. 이모는 두어 번 봤지. 우리 식당에 들렀어"인희엄마가 말한다. 젓가락질로 국수가락을 입으로 움켜 넣는다. 미미는 가락을 쪼옥 빨아먹었다. 그때, 인희엄마와그 짓을 생각했다. 인희엄마의 먹는 모습에는 그 짓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악스럽게 그냥 퍼넣는다.

"아이구 배 부르다. 나머지는 너 다먹어"

인희엄마가 젓가락을 놓는다. 휴지로 입술을 닦는다. 휴지를 앞접시에다 던져 담는다. 나는 쟁반의국수와 야채를 앞접시에 쓸어 담는다. 먹을수록 아우라지 생각이 난다. 메밀꽃은 이제 졌다. 봄철에 한창 핀다. 지금은 초여름이다.

인희엄마가 카운터에 돈을 치른다. 인희엄마와 나는 밖으로 나온다."인희 잘 있어요?"

내가 묻는다.

"너 보고싶대. 언제 한번 놀러 와"인희엄마가 길 양쪽을 살핀다. 길 건너 아래쪽에 네온사인이 깜박인다. 온천 표시 마크가 보인다. 금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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