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죽은 공명' 부르기

입력 1995-06-10 00:00:00

누가 죽은 공명을 불러내는가.9일 오전 11시 구미근로자회관은 박정희전대통령에 대한 추모열기가 가득했다. "보릿고개를 해결하고 지금의 경제발전과 민족중흥의 기틀을 마련한 분은누구입니까" 유수호의원이 그를 불러내고 있었다. 주술사같은 유의원의 주문에'고'박전대통령은 사람들의 입에서 '박정희'로 살아나고 있었다.'박정희'는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박정희를 연신 외쳤고 박준규최고고문과 김종필자민련총재, 구자춘부총재등 연단에 나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박정희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사회자는 김총재를 소개할때도 "박정희대통령을 도와서 이나라 근대화를 이끈 분"이라며 박대통령과의 질긴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정희는 다시 우리곁에 부활한 듯했다. 모두들 향수에젖어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듯 했다. 그러자 그의 대역이 연단에 등장했다.박전대통령의 조카인 박준홍씨다. 그는 "박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민족중흥의 기치를 새로 들고 우리 민족의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며 비장한 각오로경북지사출마의 변을 토해냈다. 박정희 대신 '박준홍'이란 연호가 터져나왔다.김종필총재가 연단에 나섰다. 그 역시 서슬퍼렇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은 듯했다. 갑자기 그가연단아래 있던 부인을 불러올렸다. 그의 그동안의 신중한 처신으로는 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영옥여사는 고박대통령의 조카며, 박준홍씨는 박여사의 동생이다. 따라서 박후보는 김총재의 처남이다. 박정희를 불러내기 위해 그의 가족이 모두 나섰다.

JP는 이날의 후보추대대회를 박씨가문의 집안잔치수준으로 떨어뜨렸다.박전대통령을 불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가족을 동원해 그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다. 저세상의 박정희를 불러내 그에 대한 추모정서를 표로 연결시키려 하고있다.

박전대통령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공과 과가 분명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정신이 있게 마련이다.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는 지금 민족중흥의 기치를 다시 내세우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얼른판단이 서 지않는다. 죽은 공명을 불러내 산사람들을 '통치'하려고 하는 그런어리석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 아닌가.

〈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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