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경수로회담 잠정 합의, 한.미 최대 외교마찰

입력 1995-06-09 22:39:00

워싱턴 외교소식통[워싱턴.정서환특파원]미국과 북한이 잠정 합의한 콸라롬푸르 준고위급회담의 합의결과를 한국이 거부한 것과 관련, 한미 양국이 북핵문제가 이슈화 된지난 3년래 최대의 외교마찰을 빚고 있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콸라룸푸르 회담결과를 놓고 한국은 자신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지만 워싱턴측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한국형을 수용한 것'이기때문에 한국이 이를 동의해 주기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는 것.

한편 미국무부는 8일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한일양국에 전달하고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 로버트 갈루치 북핵전담대사와 윈스턴 로드 동아태담당차관보를한국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이같이 미국이 한국담당 최고위층 관리들을 동시에 파견하고 클린턴대통령이직접 김영삼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수락을 촉구한 것은 전례가 없었던 일로한국정부가 수락을 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과북한이 잠정합의한 내용중에는 "한국형을 명시하지는않았지만 북한이 알맹이는 한국형인 'KEDO형'을 수용키로 했다"는 것.소식통은 이어 "이제 공은 한국측으로 넘어왔지만 한국정부는 북한이 계속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특히 한국의 지자제선거가 임박했다는 점등 때문에서울측의 양보를 받아 내기는 쉽지 않을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미국도내년 대통령선거등 정치일정때문에 더이상 북핵문제를 지연시킬수 없어 김영삼대통령이 정치적 단안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로버트 갈루치 미국무부 북핵전담대사와 윈스턴 로드 동아태차관보의 한국파견 사실은 이례적으로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에서 발표했다.맥커리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클린턴대통령이 김영삼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에이어 이들 두차관보를 서울로 급파했다는 소식을 공식 확인했다.한국문제에 실질적인 최고 결정권자인 이들 두 차관보가 동시에 서울을 찾아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나, 실제 북한 핵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한 지난 3년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미국으로서는 한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는다급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정부는 이들이 서울에 오면 이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미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을 설득할만큼 했다. 북한으로부터 알맹이는 다 얻어냈으므로 이제는 비록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한국이 양보를 할 차례이다"라고 이들은 방한 목적으로 분명히 했다.국내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달리 북한은 "KEDO형 원자로를 받아들이겠다"고해 사실상 '한국형' 수용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따라서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한국형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문자 그대로합의문에 명시되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한국형의 수락이 이루어진 셈이므로 수락을 해야 한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10월 북-미간 제네바합의문에 의거 설립된 KEDO(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규약에 '한국이 중심적(주계약자)역할을 하며 주계약자가 설계 제작 시공 감리를 맡는다'고 명기돼 있어북한이 KEDO를 인정한다는 것은 곧 한국형을 인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고 타협을 하는 최선의 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물론 북한이 이같은 양보를 하는 대신 부대시설지원 명목으로 또다시 10억달러를 추가로 요구한 것은 새로운 짐이지만 미국은 이는 추후 논의할 수 있다고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혀 없는 마당에 '한국형 수용을 명문화하지 않고 타결을 하려는 것은 한국을 따돌리기 위한 또다른 속임수'라고 보고있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오는 27일 지방선거를 눈앞에두고 이같은 어정쩡한 내용에 대해 동의를 해줄 경우 보수 강경세력들로부터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이 문제는 합의문 문구수정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있다.미국과의 공조체제를 깰수 없고 오는 7월 미국을 방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공식연설을 할 예정인 김대통령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워싱턴.정서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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