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32)

입력 1995-06-08 08:00:00

상추와 고추는 시장에서 판다.너무 흔하다. 내가 키운 상추와 고추는 귀하다. 모두가 좋아한다. 기요와 짱구가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한다. 둘은 상추쌈을먹으려 나타난다. 쌍침형도 점심때에 와서 쌈을 먹는다. 마두가 닭 키워 형님보신시켜준데요. 기요가 쌍침형에게 말한다. 나는 그러기로 마음먹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닭을잡을 수 없다. 치킨조차잘 먹지 않는다. 나는 아우라지에서닭 잡는 걸 보았다. 옆집 걸겅이아버지가 닭을 잡았다. 처음 두 날개를 엇지게꼬았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 쥐었다. 닭이 날개와 발을 푸덕거렸다. 칼날로 앙가슴을 사정없이 찔렀다. 피가 쏟아졌다. 닭이 눈을 부릅떴다. 헐떡였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푸덕거리던 날개가 늘어졌다. 숨이 끊어졌다. 끓는 물에 닭을담갔다. 살이 익도록 뒤집다 건져냈다. 닭살이 보이게 닭털을 말끔히 뽑았다.칼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냈다. 닭잡기가 너무 끔찍했다. 나는 할머니 치맛자락 뒤에 숨어있었다. 몰래 훔쳐보았다. 숨길이 가빴다. 너무 끔찍해서 눈을 감았다 떴다했다. 나는 닭고기가 먹기 싫었다. 닭고기만보면 그 생각이 났다. 우리 집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민물고기조차 먹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버지를채식주의자라 했다.오후에 나는 바깥으로 한차례 심부름을 간다. 채리누나가 식초를 사오라고했다. 뒷거리 잡화점에 식초병을 판다. 그때까지 비가 내리고 있다. 포도를 적시는 실비다. 지하 단란주점은 후텁지근하다. 습기로 차있다. 쿰쿰한 곰팡이냄새가 난다. 점심 역시 나는 상추쌈을 먹는다. 채리누나와 맘보는 쌍추쌈을먹지 않는다. 맘보는 이제 질렸다고 말한다. 나 혼자 먹으니 별 맛이 없다. 뺨에 밥풀 붙었어하고 채리누나가 내게 말한다. 밥을 먹고 나서다. 맘보가 비도오는데 영화나 보러가자고 내게 말한다. 나는 머리를 흔든다. 맘보가 어디로전화를 건다. 꽁치하나를 꼬셔냈다고 내게 말한다. 맘보가 휘파람을 불며 혼자나간다. 채리누나도 우산을 들고 외출한다. 단란주점에는 나혼자 남는다. 나는텔레비전을 본다. 외국영화다. 텁석부리 사내들이 말을 타고 달린다. 짐마차를총질로 공격한다. 짐마차가 불에 탄다. 여인과 아이 둘이 죽는다.문이 열린다.기요, 짱구, 깡태, 족제비가 들어온다. 그들은 룸으로 간다.포커판을 벌인다. 나는 홀로 나온다.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술집이다. 한 사내가 카운터에 기대어 술잔을 든다. 뒤에서 슬그머니 권총을 꺼내는 사내가 있다. 카운터에 기대있던 사내가 재빨리 돌아선다. 먼저 총질을 한다. 총을 꺼내던 사내가 탁자에 꼬꾸라진다. 나는 텔레비전을 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