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반짝이는 녹색잎사귀들이 싱그러운 계절이다. 최근에 내린 비로 말라있던 계곡에도 맑은 물줄기가 제법 여울을 이루어 시원스럽게 흐른다. 그동안걱정했던 가뭄도 이제는 털어버릴수 있게 됐다. 무언가 이루어보겠다는 욕망이솟구치는 때다. 이같은 좋은 계절에 지금 우리사회는 갈등과 대립으로 시간을낭비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있다.성당과 절에 공권력
성당과 절에서 농성하던 한국통신 노조간부들이 공권력에 의해 끌려 나갔다.우려하던 최악의 수단으로 농성이 끝장났다. 이 일로 인해 노동계와 종교계가강경한 대응자세를 취할 것같아 앞날이 더욱 걱정되고 있다. 성당은 2천년동안지켜온 교회법이 상처를 입었다고 화를 냈고 절은 청정도장이 더럽혀졌다고 흥분하고 있다.
더욱이 농성간부들이 성당과 절에서 끌려나와 구속된 한국통신노조는 투쟁강도를 높일 채비를 하고있다. 아직 위원장을 비롯한 20여명의 간부가 지하로 잠적해 노조를 지휘하고 있기때문에 앞날이 심상치않다. 그래서 한통노사분규는농성노조간부들을 잡아들임으로써 고비를 넘긴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새로운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견해가 만만치않다.
'성역없는 법집행'이라는 명분아래 단행된 이번 성당과 절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 앞서 이같은 사태를 부른 우리의 성숙지못한 대화수준이 안타깝다. 노사대화는 이젠 수준높을 때도 됐다고 보는데 아직도 극한상황을 버리지못하고 최악의 사태까지 몰고가는지 멍이들도록 가슴을 쳐도 답답함이 풀리지않을 기분이다.
지방선거 축제돼야
이번 사태로 정부와 종교계가 심한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노사관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드는 일이 없길 바라는 것이 한결같은 국민들의 생각이라는데는 이론이 없다. 그렇다면 이같은 국민들의 바람에 실망을 안겨주는 사태가 오지않도록 정부를 비롯해 종교계와 노동계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4대지방선거라는 국가적 대사가 코앞에 와있는 상황이다.
35년만에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제2기 지방의원선거가 20일 앞으로다가섰다. 4개의 선거를 동시에 치른 경험이 없는 우리로선 무척 부담이 가는행사이다. 그러므로 국가적인 전력투구가 요구되는 실정인데 이번 한통노사분규사태로 야기된 후유증은 자칫 국가적 대사에 나쁜 영향을 줄 우려도 없지않은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살이를 챙겨줄 일꾼들을 뽑는 지방선거는 지역적인 정치행사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축제라는 측면에서 그 어떤 선거보다도 지역민들에겐 큰 의미가 있는 선거다. 그러므로 이 선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주민들의 순수한 선택에 의해서 일꾼이 뽑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떤 불순한 외부의 입김에 지역민들의 축제가 오염돼서는 안된다.슬픔을 기쁜 계기로
이처럼 맑고 밝은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지금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불거지고있는 불안하고 혼란한 사태들을 제거하는데 최우선을 두어야할 것이다. 정부와여당이 한국통신사장을 전격적으로 바꾸고 공권력행사로 크게 반발하고 있는종교계에 대한 설득작업도 곧 벌일것이라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무척 어려운일이겠지만 인내를 갖고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라며 아울러 노동계에 대해서도이번같은 사태가 재발않도록 각별한 지도가 있어야겠다.
이번 한통노조간부들의 농성이 최악의 사태로 마무리됐지만 우리는 이같은슬픔을 수준높은 우리의 대화문화를 창조하는 기쁨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서로 한발짝씩 물러서는 자세를 갖는다면 어려운 일도아니다. 눈부신 신록의 계절에 모두가 티없는 푸른마음으로 불안도 혼란도 밀어내고 우리앞에 다가선 4대지방선거를 우리의 축제로 치르자.〈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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