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매일신문창간50돌 기획시리즈

입력 1995-06-06 08:00:00

지난달 20일 문경폐광지역 가은읍의 일부 상가지구 지반이 내려앉은 사고가발생, 지역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었다.탄광지역의 이같은 지반침하는바로 눈에 드러나는 피해지만 강원도 태백과문경지역의 폐광산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로 인한 낙동강 상류지역의 오염은 중금속의 체내 축적 우려는 물론 생태계파괴를 가져오는등 피해가 심각하다.그러나 폐광배출수의 수질오염은 최근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광해(광해)복구와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조사가 됐을 뿐 체계적인 조사연구가 전무한 상태.

석탄산업이 한창 경기가 좋을때는 태백의 40여개 탄광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먼 물이 황지천을 덮어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태백의 국교생들이 그림을 그리면 시냇물을 검은 색으로 그려놓는 등 학생들은 으레 시냇물을 검은 색으로 알고있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남아있다.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함태탄광을 끼고 황지천으로 흘러드는 소도천은 개울물전체가 시뻘건 황갈색을 띠고 있다. 폐광된 함태탄광의 갱구에서 흘러나오는폐광수의 철분이 물속바위를 온통 뻘겋게 물들여놓은 때문이다. 함태탄광의폐광구주변은 입구를 콘크리트로막거나 무너뜨린 채 방치돼 있고 폐광석더미는 아무렇게나 쌓아 둔 채 버려져 있다.

한때 탄광경기로 흥청거렸던 문경시 고요리의 유정광업소도 문을 닫은지 4년이 넘었지만 광구에서는 시뻘건 녹물이 영강상류로 유입되고 있다. 이곳서 하루 1천톤의 탄광폐수가 영강으로 흘러든다. 유정탄광 유출수의 용해성 철성분은 지난해 경북도보건연구원의 조사결과 35·71┸, 이곳서 4㎞가량 하류에 위치한 봉명탄광은 무려 1백19·53┸으로 조사됐었다.

낙동강생태계조사팀이지난달조사한결과 현재 이들 탄광의 유출수는COD3~7┸으로 2~3급수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은성탄광과 유정탄광의 토양중금속오염도는 수은이 0·34 ┸, 크롬이 0·24~0·34┸, 아연 0·8~3·7┸, 카드뮴0·04~0·05┸, 납0·9~3·8┸, 알루미늄 26~2백85┸, 구리 0·1~4·87┸으로자연상태의 수십배를 나타내는 등 폐탄광지역 토양의 중금속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정·봉명탄광 등은 문경시의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위치, 문경시민들의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5월말 현재 전국의 폐광산은 46개소에 57개 광구가 있으며 이들 폐광에서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사용불가능한 광산폐수가 하루 14만1천t씩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낙동강 최상류 지천인 황지천과 철암천을끼고 있는 태백에 함태탄광등 11개소, 영강 상류의 문경이 은성광업소 등 11개소로 나타나는 등 폐수 유출탄광이 모두 22개소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낙동강 상류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조사팀의 유승원박사는 "산성화된 탄광폐수는 부유물질과 산화성물질 등 오염물질을 많이 포함해 하천의 황갈화현상을 일으킨다. 또 부식성이 높아 동식물을 죽게하는 등 주변을 황폐화,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각종 유해중금속과토양 등을 하천에 유입시켜 수질오염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유박사는 또 "때늦은 감이 있지만 폐광후 갱도내에 남아있는 각종시설물과야적해 놓은 폐탄더미를 조속히 철거하고 폐수는 정화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탄산업이 사양화 길을 걷게되자 정부가 89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시작한 이후 폐광된 석탄광산에는 각종 시설, 장비들은 물론 쌓아둔 석탄더미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폐광갱도에 대한 사후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선로와 광차등이 산화되면서 갱내수가 흘러나와 주변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폐광갱구를 막은 뒤 광산활동으로 파헤쳐진 산림을 복토·복구하는작업을 했지만 태백시와 문경시내 도로변에 위치한 폐광산은 일부 조림수를 식재했지만 눈가림식에 그쳐 복토가 빗물에 씻겨 광석원석더미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고 조림수는 대부분 말라죽은 상태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지난4월 뒤늦게 폐광산유출수에 대한 폐수정화시설과 하상정비 등에 나서 올해 낙동강의 광해방지를 위해 63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앞으로 7년동안 1천9백억원을 투입, 폐광폐수 등을 처리키로 했다.조사팀의 송승달교수(경북대환경과학연구소장)는 "폐광은 선진국처럼 입구를막고 양질의 토양으로 두께 1m이상 복토해 나무를 심어주어야 한다. 침출수는종류에 따라 침전시켜 슬러지를 뽑아 내 별도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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